기획특집
공대생들의 부엉이 생활기
- 10.04.30 / 이성진
모두가 잠든 캄캄한 새벽, 환하게 불을 밝히고 야간작업을 하는 국민대학교 공대생들이 있다. 그들이 부엉이가 되어 캠퍼스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계자동차학과 소모임 KORA와 건설시스템공학부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직접 야간작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야간작업 현장의 모습, 고되고 힘든 데에도 불구, 사그라지지 않는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본다.
작업을 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잠드는 시간은 보통이 새벽 4시, 5시이다. 심할 땐 다른 학생들이 등교할 때 잠이 든다. 한 참 바쁠 땐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밖에는 집에 들어갈 수 가 없다. 응원해 주시던 부모님들도 걱정하시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젠 이런 부엉이 생활이 익숙해져 버렸다. "야간작업이 체질인가 봐요"하고 말하는 그들은 오후에 일어나는 걸 당연하게 느낀다. 추운 날씨라든지 힘든 작업 등 어려운 조건들이 많지만, 창문에 서린 새벽이슬을 볼 때나 동이 터오는 걸 알아 챌 때면 언제나 보람을 느낀다.
지금 기계자동차학과 KORA의 학생들은 미국자동차공학회에서 주체하는 Formula SAE 미시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야간작업을 하며 매일같이 밤을 새기 때문에 그들은 우스갯소리로 '미리 시차 적응하는 샘 치지 뭐'라고 버릇처럼 말한다. 대회에 참가한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힘든 야간작업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농담을 해가며 서로를 응원하고 달랜다.
밤을 새운다는 게 몇 없는 여학생들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수많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잠깐 눈을 부치기에도 불편함이 있고, 옷을 갈아입거나 씻기엔 더더욱 불편하다. 삼삼오오 모여 함께 샤워하고 함께 잠드는 남학생들과 다르게 힘든 것이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런 데에도 쓴 소리 하나 하지 않고, 오히려 '작업분위기상 남자 여자 구분같은 건 없어요.' 하고 털털하게 말하며 웃어버리고, 또 묵묵하게 작업에 열중하는 여학생들은 남학생 못지않은 씩씩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밤을 새는 건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KORA 학생들은 적어도 한 종류씩은 꼭 건강보조 식품을 챙긴다고 했다. 작업 시기가 되면 유행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가지고 있다. 작업실을 뒤져보면 홍삼이라 던지 배즙과 같은 야채, 과일즙, 혹은 캡슐로 된 영양제, 비타민까지 건강보조식품점 못지 않게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찾아 볼 수 있다.
밤이 깊어질수록 여기저기서 '배고프다'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다 새벽 1시, 2시가 되면 결단력 있는 사람이 먼저 '먹자'하고 소리치고, 그런 때 메뉴를 나열해 사다리타기를 하거나 편의점으로 향한다. KORA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야식은 무엇보다도 역시 치킨이었다! 가장 자주 먹는 메뉴라 단골집까지 정해놓았다. 가끔 선배들이 응원 차 방문해 용돈을 줄때 면 큰 맘 먹고 족발 보쌈을 시켜먹는 다고 했다. 야식은 그들이 야간작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학교는 12시가 되면 불이 꺼지고 출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KORA에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작업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특권이죠. 특히 학생들이 없는 방학이 되면 마치 온 학교가 그들의 것이 되는 것 같다. '실제 집보다 더 내 집 같기도 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작업으로 먼지투성이가 된 몸을 씻지도 않고 작업복을 입은 채 학교를 거닐며 학교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우고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가도, 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온 결과물인 자동차가 움직이는 걸 볼 때면, 피로는 씻은 듯이 없어지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무언가 또 하나 해 내었다는 뿌듯함으로 야간작업을 고단함은 다 보상되는 듯 하다. 스스로가 해 낸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 KORA, 그들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이유다.
이미 많은 훌륭한 성과들을 이뤄낸 KORA이지만 그들의 욕심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다른 나라의 자동차들을 보고 또 연구하며 끝없이 자극받는다는 그들은, 욕심이 난다고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다시 힘을 내어 밤을 새어 가며 작업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그들의 커다란 욕심, 그리고 열정이 아닐까?
토목구조물 경쟁대회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위해 작업으로 밤샘을 하는 공대 건설시스템공학부 부엉이들은 체력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밤샘을 하고 낮엔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 건설시스템공학부 부엉이들은 해를 보는 게 두렵다고 했다. "밤을 새었다는 게 어떤 목표량을 달성했을 때에는 뿌듯하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에는 해가 밝아오면 조급하기만 하고 체력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나게 부담감을 느끼게 되요. 그래서 최대한 단기간에 끝내려고, 되도록 밤샘을 하지 않으려는 편이예요." 낮과 밤, 한 숨도 자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자신을 볼 때면 '체력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하고 생각한다.
계속되는 야간작업으로 몸도 뻐근해 오고 잠이 몰려올 때쯤, 잠도 쫒을 겸 잠깐의 휴식을 위해 함께 작업하는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고 건설시스템공학부 학생이 말했다. 어두운 밤 고요한 캠퍼스를 배경삼아 잠깐의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낭만이 야간작업의 묘미라면 묘미라 할 수 있다.
이왕 하는 작업, 좀 더 즐겁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항상 음악을 틀어놓던 것이 이제는 그들에게 습관이 되었다. 스피커까지 떡하니 가져다 놓고 작업을 할 때면 신나는 노래만 골라 틀어놓고 따라부르기도 하고 흥얼거리며 작업한다. 이제는 작업할 때 음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마저 든다. 힘든 작업이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짜증내지 않으며 오히려 흥겹게, 긍정적인 자세로 해 내려는 건설시스템공학부 학생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하루에 세 끼 먹는 식사가 건설시스템공학부의 작업하는 학생들에게는 네 끼가 되었다. "밤을 새게 되면 야식은 먹을 수 밖에 없어요. 하루 종일 깨어있는 시간에 맞추어보면, 잠을 자지 않고 생활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건데 당연히 건강과 체력을 위해서라도 한 끼 더 먹어줘야죠."라고 말하며 네 번째 식사는 간단히 매점에서 빵으로 떼울 때도, 몸이 힘들 땐 고기로 거하게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야간작업을 하는 부엉이들에게는 체력유지를 위해서라도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야식이다.
야간작업으로 지친 몸을 달래는 것은 함께하는 친구들이다. 힘들 때 수다도 떨고 장난도 쳐가며 서로를 웃게 하고 도와주면 한 결 몸이 가벼워진다. 잠깐 꾀를 부리고 게을리 하려고 하다가도 열심히 작업하는 친구를 보고 있으면 그럴 수가 없다.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유대감을 갖게 되고 의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친구들이 그들에겐 밤을 새워 작업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건설시스템공학부의 학생들은 교량과 같은 커다란 구조물들을 주제로 공부하고 다루어야 하는 만큼 커다란 꿈과 포부를 가지고 온 학생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오랜 기간의 야간작업과 참가한 대회로부터 학생들은 성과를 인정받고 경험을 쌓으며 성장한다. 건설시스템공학부의 학생들은 그것이 꿈을 위한, 꿈을 향한 첫 발돋움이라고 여기며 더 커다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스스로 부엉이 생활을 자처하고 그 노력마저 즐기는 그들의 꿈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
공대생들의 부엉이 생활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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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캄캄한 새벽, 환하게 불을 밝히고 야간작업을 하는 국민대학교 공대생들이 있다. 그들이 부엉이가 되어 캠퍼스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계자동차학과 소모임 KORA와 건설시스템공학부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직접 야간작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야간작업 현장의 모습, 고되고 힘든 데에도 불구, 사그라지지 않는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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