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대웹진unik-헬로우월드]이토록 낭만적인 프라하의 여름

  • 11.05.20 / 박채형







 
여름 방학, 대학생들의 배낭여행 루트는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어서 어떤 독창적인 향기도 뿜어내지 못한다. 영국 런던으로 IN 해서 프랑스 파리로 OUT 하는 평범한 여행 루트를 너나없이 따라 하고 있다. 남들이 많이 가는 여행 루트는 물론 장점이 많은 루트가 분명하다. 하지만 자기만의 취향이 묻어있는 코스를 짜는 것만큼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는 행위는 없다. 나의 여행 코스는 나의 취향과 철학, 나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색다른 유럽, 중세 유럽의 향기가 폴폴 새어 나오는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를 만나고 싶다면 체코를 중심으로 동유럽 여행 루트를 짜보는 것이 좋다.
동유럽 여행의 시작점은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는 체코 프라하가 적당하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등장한 이 도시의 낭만적인 풍경을 기억하는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의 한 편인 <노다메 칸타빌레 in유럽>의 주요 촬영 장소도 바로 이곳 프라하였다. 프라하 성과 구시가 골목은 밤새 화려한 야경으로 빛나고, 바츨라프 광장은 젊음의 향취로 휘청거린다. 바츨라프 광장에는 잘 익은 소시지를 올려 만든 핫도그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의 명물인 소시지 핫도그를 한 입씩 베어 물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프라하 최고의 번화가답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이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바츨라프 광장을 1968년 바르샤바조약기구군의 탱크가 무자비하게 진군했던 곳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프라하’ 하면 공산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시민혁명인 1989년 벨벳 혁명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라하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자유 개혁 노선을 밟았던 체코 프라하지만, 이제 흥분을 느끼기에 알맞은 도시가 되어 있다. 1989년 벨벳 혁명 이후 부지런히 개혁과 변화를 거듭해온 결과다. 화려한 야경과 수준 높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마리오네트 인형극과 카프카, 알폰스 무하의 예술혼이 넘쳐나는 도시는, 과거의 아픈 기억 따윈 진즉 가슴 저편으로 밀어내버렸다. 체코 격변기의 혼란을 담은 영화 <프라하의 봄>이나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구닥다리 슬픔이 아니라,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일본식 경쾌한 청춘 코미디 <노다메 칸타빌레>의 낭만적인 이미지만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도시다.




 
체코 프라하의 낭만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일단 1구역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체코 프라하는 총 10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구획의 번호는 곧 체코의 주소와 같다. 1구역은 모든 지역의 중심지, 프라하의 배꼽에 해당된다. 숫자가 커질수록 중심에서 멀어진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가끔 7,8구역처럼 예외도 있으니 괜한 편견은 금물이다. 1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았다면, 이제 카를교를 향해 걸음을 옮길 차례다. 1구역은 카를교를 중심으로 다시 프라하 성이나 스트라호프 수도원 등이 있는 흐라차니 지역과 시청 광장이 있는 구시가지, 바츨라프 광장이 있는 신시가지 지역으로 갈라진다. 카를교 아래로는 그 유명한 체코의 블타바 강이 유유히 흐른다.




 
오래 전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였던 체코 프라하에는 ‘왕의 길’이라 불리는 역사적인 길이 남아 있다. 시민회관에서 시작해 프라하 성으로 이어지는 약 2500미터에 이르는 장대한 길이다. 왕의 대관식 행렬이 지나갔던 이 길은 프라하 여행의 중요한 루트가 된다. 최초의 대관식이 거행된 것은 1458년. 프라하를 손에 넣은 포디에브라트 가문의 이지 왕이 자신의 위업을 기념하기 위해 대관 행렬을 벌인 후 약 4세기에 걸쳐 수많은 왕들이 이 길을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구시가지에 있는 화약탑에서 시작해 구시청사, 카를교를 지나 프라하 성까지 걷다 보면, 프라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풍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왕의 길’은 체코 여행의 기준점이 되는 중요한 길이다.





‘프라하의 심장부’로 불리는 구시가지 광장에는 구 시청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이곳 전망대에 올라가면 시청 광장과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틴 교회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또 아래쪽에는 시계 하나가 멋지게 달려 있다. 관광객들은 하루 종일 이 천문시계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울려대는 모양이 신기할 뿐 아니라 시계에 얽힌 사연이 제법 흥미롭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사이 매 시간 정각마다 광장 저편으로 넓게 울려 퍼지는 이 천문시계에는 슬픈 사연이 하나 전해진다. 시계를 만든 장인에 얽힌 사연이다. 카를대학 교수였던 하누슈가 시계를 완성했을 때, 다른 도시 사람들은 이 시계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자신들의 도시에도 똑같은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하누슈는 그들의 청을 흔쾌히 수락했지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침략을 받고 하누슈의 눈이 멀어버렸다. 똑같은 시계가 다른 곳에 만들어지기를 원치 않았던 누군가가 하누슈의 눈을 멀게 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 진실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전설에 불과하지만, 근사한 이야기가 덧붙여진 유적에는 더 큰 흥미가 생기는 게 사실이다.





구시가지에서 고풍스러운 유럽의 과거를 목격했다면, 이제 신시가지에서 체코의 현재를 목격할 시간이다. 신시가지에는 유명 패션 매장이 즐비하고, 특히 바츨라프 광장에는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언뜻 보면 광장이 아니라 대로처럼 보이는 곳이다. 길이 750미터, 폭 60미터. 세로로 길게 뻗은 바츨라프 광장에는 멋진 상징물이 하나 있다. 요제프 미스르베크가 1912년 제작한 성 바츨라프 기마상이다. 보헤미아 최초의 왕으로 알려진 성 바츨라프는 국난이 일어났을 때 동굴에 잠든 병사들을 깨우고 적을 격퇴해 체코의 우상으로 거듭난 인물이다. 바츨라프 기마상 뒤에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이 꼭 한 번 서고 싶어 했던 꿈의 무대, 국민극장이 있다. “체코어로 체코인을 위한 무대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이곳에는 스메타나 홀과 드보르작 홀 등 유명한 공연장이 있다. 체코의 유명 건축가 요제프 지텍이 설계한 이곳 공연장에선 수준 높은 공연이 연일 줄을 잇는다.





공연까지 꼼꼼히 챙겨본 후 잊지 말고 들려야 할 곳은 프라하의 옛 성이 있는 비셰흐라드다. 고지대에 위치한 아름다운 성곽 산책로인 비셰흐라드에는 체코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명인들(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 무하, 카렐 차페크 등)의 묘지가 있고, 프라하 전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포인트와 요새, 성곽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비셰흐라드 역에서 내리면 바로 조용한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구석구석 볼 것이 워낙 많아 반나절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관광 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지도를 손에 쥐고 꼼꼼히 성곽 산책로를 돌아본 후 공터에 차려진 야외 펍에서 유명한 체코 맥주를 즐기는 것도 나름 운치 있다. 공터에서 바비큐를 구워 파는 자연주의 펍은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자유분방하다.





일반 맥주보다 3,4도 가량 도수가 높은 체코 맥주는 유럽에서 독일 맥주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향이 진하고 취기도 빨리 올라 서민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술이다. 체코 맥주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부드바 맥주의 고향 체스키 부데요비체와 맥주축제의 중심지인 플젠, 그리고 부드바 맥주를 나름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체스키 크롬로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체스키 크롬로프는 꼭 한번 들려봐야 할 체코 여행의 중심지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체스키 크롬로프는 프라하 1지구보다 훨씬 깔끔하게 중세 유럽을 그대로 박제해둔 아름다운 마을이다. 프라하에서 버스로 약 3시간 거리. 터미널에서 내려 5분 정도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면 중세 유럽의 풍경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강변을 끼고 그림처럼 예쁘게 서 있는 르네상스 풍의 집들 사이로 초록색 녹음이 촘촘히 우거져 있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확실히 그 어떤 유럽의 구시가보다 조용하고 낭만적이다. 어떤 세팅도 필요 없이, 골목길에 중세 유럽 복장을 한 사람들만 풀어놓으면 영락없이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을이다. ‘구불구불한 강 옆의 풀밭(크롬로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답게, 고지대에 오르면 구불구불한 강 옆에 부드럽게 돋아난 풀과 빨간 지붕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도시에서 낮에는 중세 유럽을 만끽하고, 밤에는 펍에 모여 독한 체코 부드바 맥주를 들이킨다. 부드바 맥주는 버드와이저 맥주의 기원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맥주. 미국의 맥주 회사가 부드바 맥주의 맛에 매혹되어 부드바 양조장 기술을 도입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버드와이저’다. 하지만 버드와이저와 부드바 맥주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부드바 양조장은 양조 기술은 물려주었으되, 향취는 전혀 물려주지 못한 것 같다.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풍경과, 자유로운 예술혼이 공존하는 도시, 프라하의 매력에 매료되었다면, 이제 이곳을 여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차례다. 낭만 도시 프라하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아래의 정보들을 메모해 두는 것이 좋겠다.






|  항공

대한항공이 일주일에 4번 체코행 직항 노선을 운행한다. 다른 항공편을 이용하려면 빈, 프랑크푸르트,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모스크바 등 주변국에서 환승하면 된다. 서유럽 주요 항공사와 체코 국영항공 CSA가 프라하 루지네 국제공항으로 모두 연결된다. 체코에서 다른 동유럽 국가로 이동할 때는 국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밖에 위즈에어(wizair)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저가 항공도 많으니 미리 싼 티켓을 예매해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기차로 프라하에 들어간다면 독일 뮌헨,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오스트리아 빈을 통해 입국하는 게 적당하다.

 



|  시내 들어가기

체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려면 시내버스, 공항버스, 택시를 이용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제일 일반적이다. 시내버스 119번을 타고 20분쯤 간 후 지하철 A선 종점 데이비츠카 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탄 뒤 목표 지점으로 이동한다. 이밖에 100번 버스는 지하철 B선 즐리친 역까지, 179번 버스는 B선 노베부토비체 역까지 운행한다.


|  대중교통

체코 프라하는 시내버스,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발달해 이동하기 편리하다. 키오스크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트램 입구에서 1일 권, 3일, 7일, 15일 권을 구입할 수 있다. 1일 권은 환승가능한 회수권과 환승이 불가능한 회수권이 있으니 주의할 것. 노선을 먼저 확인한 후 환승이 필요하다면 환승 회수권을 구입한다. 지하철은 시내 중심가를 통과해 동서로 운행되는 A,B,C 3개 노선이 있다.


|  비자

예전에는 동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지 않아 동유럽 여행 루트를 짜는 게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관광 혹은 비영리 목적의 경우,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무비자 90일 체류를 허용한다. 단, 알바니아는 무비자 30일 체류만 허용하며 입국세 10유로를 받는다. 마케도니아에 입국할 때는 국경에서 보험가입을 해야 하며 보험료는 4유로다.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는 호텔 이외의 숙박시설에 투숙할 경우, 3일 이내에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  여행 시기

6월부터 9월까지 여름 시즌이 관광하기 제일 적당하다.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지만 습도가 비교적 적어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일교차가 심한 편이라 카디건 등 가벼운 외투는 필수. 이밖에 주요 문화 행사 기간에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 여행을 즐기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선 9월 국제영화제가 열리며, 플젠에선 10월 맥주축제가 열린다.


|  통화

체코의 기본 통화는 코르나(Kc)다. 보조통화는 할레슈(haler). 100할레슈가 1코르나다. 1달러 기준 약 22.4kr, 1유로 기준 약 29.7kr 정도로 환산하면 적당하다. 관광지에선 유로화가 대부분 통용되지만, 환율이 좋지 않으며 잔돈은 코르나로 준다.


|  꼭 맛봐야 할 음식

체코에서 꼭 먹어봐야 할 요리는 한국의 돼지족발 요리와 비슷한 페체네 클로네다. 하나를 시키면 두세 사람이 나눠먹을 만큼 양이 넉넉하기 때문에 반드시 파트너를 구해 도전하는 게 좋다. 여기에 진빵처럼 생긴 체코의 빵 크네들리키를 함께 먹는다. 구시가 곳곳에 페체네 클로네를 파는 레스토랑이 있지만 역시 관광지에선 바가지요금을 부르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것. 관광지를 벗어나면 가격이 놀랄 만큼 싸진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파는 소시지 핫도그도 체코의 명물로 꼽히다. 일반 맥주보다 도수가 살짝 높은 체코 맥주의 깊은 맛도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하다.


|  숙박

서유럽에 비해 체코의 숙박비는 비교적 싼 편. 고급 호텔 싱글 숙박비는 1박에 한화로 10만 원 선이다. 단, 체코 프라하는 1년 내내 유럽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빈 방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일류 호텔은 연말연시, 여름 관광시즌, 음악제 기간 중 방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대신 체코에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 호스텔부터 중저가 호텔, 펜션에 이르기까지 숙박시설이 다양하게 정비되어 있어 자신의 예산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유스 호스텔은 시설도 좋고 전 세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멋진 사교의 장이니 적극 추천한다. 이밖에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에선 민박집도 자주 눈에 띈다. ‘빈방 있음’이라는 패널을 든 주인장과 가격을 내고한 뒤 숙소를 찾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이때 숙소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다.



도움되는 사이트
체코관광청 http://www.czechtourism.com
주한체코대사관 02-725-6765/6766 http://www.mzv.cz/seoul
체코 한인신문 http://www.koreanincz.cz/
 



[국민대웹진unik-헬로우월드]이토록 낭만적인 프라하의 여름







 
여름 방학, 대학생들의 배낭여행 루트는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어서 어떤 독창적인 향기도 뿜어내지 못한다. 영국 런던으로 IN 해서 프랑스 파리로 OUT 하는 평범한 여행 루트를 너나없이 따라 하고 있다. 남들이 많이 가는 여행 루트는 물론 장점이 많은 루트가 분명하다. 하지만 자기만의 취향이 묻어있는 코스를 짜는 것만큼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는 행위는 없다. 나의 여행 코스는 나의 취향과 철학, 나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색다른 유럽, 중세 유럽의 향기가 폴폴 새어 나오는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를 만나고 싶다면 체코를 중심으로 동유럽 여행 루트를 짜보는 것이 좋다.
동유럽 여행의 시작점은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는 체코 프라하가 적당하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등장한 이 도시의 낭만적인 풍경을 기억하는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의 한 편인 <노다메 칸타빌레 in유럽>의 주요 촬영 장소도 바로 이곳 프라하였다. 프라하 성과 구시가 골목은 밤새 화려한 야경으로 빛나고, 바츨라프 광장은 젊음의 향취로 휘청거린다. 바츨라프 광장에는 잘 익은 소시지를 올려 만든 핫도그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의 명물인 소시지 핫도그를 한 입씩 베어 물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 프라하 최고의 번화가답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이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바츨라프 광장을 1968년 바르샤바조약기구군의 탱크가 무자비하게 진군했던 곳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프라하’ 하면 공산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시민혁명인 1989년 벨벳 혁명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라하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자유 개혁 노선을 밟았던 체코 프라하지만, 이제 흥분을 느끼기에 알맞은 도시가 되어 있다. 1989년 벨벳 혁명 이후 부지런히 개혁과 변화를 거듭해온 결과다. 화려한 야경과 수준 높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마리오네트 인형극과 카프카, 알폰스 무하의 예술혼이 넘쳐나는 도시는, 과거의 아픈 기억 따윈 진즉 가슴 저편으로 밀어내버렸다. 체코 격변기의 혼란을 담은 영화 <프라하의 봄>이나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구닥다리 슬픔이 아니라,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일본식 경쾌한 청춘 코미디 <노다메 칸타빌레>의 낭만적인 이미지만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도시다.




 
체코 프라하의 낭만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일단 1구역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체코 프라하는 총 10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구획의 번호는 곧 체코의 주소와 같다. 1구역은 모든 지역의 중심지, 프라하의 배꼽에 해당된다. 숫자가 커질수록 중심에서 멀어진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가끔 7,8구역처럼 예외도 있으니 괜한 편견은 금물이다. 1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았다면, 이제 카를교를 향해 걸음을 옮길 차례다. 1구역은 카를교를 중심으로 다시 프라하 성이나 스트라호프 수도원 등이 있는 흐라차니 지역과 시청 광장이 있는 구시가지, 바츨라프 광장이 있는 신시가지 지역으로 갈라진다. 카를교 아래로는 그 유명한 체코의 블타바 강이 유유히 흐른다.




 
오래 전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였던 체코 프라하에는 ‘왕의 길’이라 불리는 역사적인 길이 남아 있다. 시민회관에서 시작해 프라하 성으로 이어지는 약 2500미터에 이르는 장대한 길이다. 왕의 대관식 행렬이 지나갔던 이 길은 프라하 여행의 중요한 루트가 된다. 최초의 대관식이 거행된 것은 1458년. 프라하를 손에 넣은 포디에브라트 가문의 이지 왕이 자신의 위업을 기념하기 위해 대관 행렬을 벌인 후 약 4세기에 걸쳐 수많은 왕들이 이 길을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구시가지에 있는 화약탑에서 시작해 구시청사, 카를교를 지나 프라하 성까지 걷다 보면, 프라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풍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왕의 길’은 체코 여행의 기준점이 되는 중요한 길이다.





‘프라하의 심장부’로 불리는 구시가지 광장에는 구 시청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이곳 전망대에 올라가면 시청 광장과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틴 교회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또 아래쪽에는 시계 하나가 멋지게 달려 있다. 관광객들은 하루 종일 이 천문시계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울려대는 모양이 신기할 뿐 아니라 시계에 얽힌 사연이 제법 흥미롭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사이 매 시간 정각마다 광장 저편으로 넓게 울려 퍼지는 이 천문시계에는 슬픈 사연이 하나 전해진다. 시계를 만든 장인에 얽힌 사연이다. 카를대학 교수였던 하누슈가 시계를 완성했을 때, 다른 도시 사람들은 이 시계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자신들의 도시에도 똑같은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하누슈는 그들의 청을 흔쾌히 수락했지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침략을 받고 하누슈의 눈이 멀어버렸다. 똑같은 시계가 다른 곳에 만들어지기를 원치 않았던 누군가가 하누슈의 눈을 멀게 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 진실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전설에 불과하지만, 근사한 이야기가 덧붙여진 유적에는 더 큰 흥미가 생기는 게 사실이다.





구시가지에서 고풍스러운 유럽의 과거를 목격했다면, 이제 신시가지에서 체코의 현재를 목격할 시간이다. 신시가지에는 유명 패션 매장이 즐비하고, 특히 바츨라프 광장에는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언뜻 보면 광장이 아니라 대로처럼 보이는 곳이다. 길이 750미터, 폭 60미터. 세로로 길게 뻗은 바츨라프 광장에는 멋진 상징물이 하나 있다. 요제프 미스르베크가 1912년 제작한 성 바츨라프 기마상이다. 보헤미아 최초의 왕으로 알려진 성 바츨라프는 국난이 일어났을 때 동굴에 잠든 병사들을 깨우고 적을 격퇴해 체코의 우상으로 거듭난 인물이다. 바츨라프 기마상 뒤에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이 꼭 한 번 서고 싶어 했던 꿈의 무대, 국민극장이 있다. “체코어로 체코인을 위한 무대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이곳에는 스메타나 홀과 드보르작 홀 등 유명한 공연장이 있다. 체코의 유명 건축가 요제프 지텍이 설계한 이곳 공연장에선 수준 높은 공연이 연일 줄을 잇는다.





공연까지 꼼꼼히 챙겨본 후 잊지 말고 들려야 할 곳은 프라하의 옛 성이 있는 비셰흐라드다. 고지대에 위치한 아름다운 성곽 산책로인 비셰흐라드에는 체코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유명인들(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 무하, 카렐 차페크 등)의 묘지가 있고, 프라하 전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포인트와 요새, 성곽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비셰흐라드 역에서 내리면 바로 조용한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구석구석 볼 것이 워낙 많아 반나절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관광 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지도를 손에 쥐고 꼼꼼히 성곽 산책로를 돌아본 후 공터에 차려진 야외 펍에서 유명한 체코 맥주를 즐기는 것도 나름 운치 있다. 공터에서 바비큐를 구워 파는 자연주의 펍은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자유분방하다.





일반 맥주보다 3,4도 가량 도수가 높은 체코 맥주는 유럽에서 독일 맥주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향이 진하고 취기도 빨리 올라 서민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술이다. 체코 맥주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부드바 맥주의 고향 체스키 부데요비체와 맥주축제의 중심지인 플젠, 그리고 부드바 맥주를 나름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체스키 크롬로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체스키 크롬로프는 꼭 한번 들려봐야 할 체코 여행의 중심지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체스키 크롬로프는 프라하 1지구보다 훨씬 깔끔하게 중세 유럽을 그대로 박제해둔 아름다운 마을이다. 프라하에서 버스로 약 3시간 거리. 터미널에서 내려 5분 정도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면 중세 유럽의 풍경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강변을 끼고 그림처럼 예쁘게 서 있는 르네상스 풍의 집들 사이로 초록색 녹음이 촘촘히 우거져 있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확실히 그 어떤 유럽의 구시가보다 조용하고 낭만적이다. 어떤 세팅도 필요 없이, 골목길에 중세 유럽 복장을 한 사람들만 풀어놓으면 영락없이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을이다. ‘구불구불한 강 옆의 풀밭(크롬로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답게, 고지대에 오르면 구불구불한 강 옆에 부드럽게 돋아난 풀과 빨간 지붕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도시에서 낮에는 중세 유럽을 만끽하고, 밤에는 펍에 모여 독한 체코 부드바 맥주를 들이킨다. 부드바 맥주는 버드와이저 맥주의 기원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맥주. 미국의 맥주 회사가 부드바 맥주의 맛에 매혹되어 부드바 양조장 기술을 도입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버드와이저’다. 하지만 버드와이저와 부드바 맥주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부드바 양조장은 양조 기술은 물려주었으되, 향취는 전혀 물려주지 못한 것 같다.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풍경과, 자유로운 예술혼이 공존하는 도시, 프라하의 매력에 매료되었다면, 이제 이곳을 여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차례다. 낭만 도시 프라하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아래의 정보들을 메모해 두는 것이 좋겠다.






|  항공

대한항공이 일주일에 4번 체코행 직항 노선을 운행한다. 다른 항공편을 이용하려면 빈, 프랑크푸르트,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모스크바 등 주변국에서 환승하면 된다. 서유럽 주요 항공사와 체코 국영항공 CSA가 프라하 루지네 국제공항으로 모두 연결된다. 체코에서 다른 동유럽 국가로 이동할 때는 국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밖에 위즈에어(wizair)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저가 항공도 많으니 미리 싼 티켓을 예매해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기차로 프라하에 들어간다면 독일 뮌헨,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오스트리아 빈을 통해 입국하는 게 적당하다.

 



|  시내 들어가기

체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려면 시내버스, 공항버스, 택시를 이용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제일 일반적이다. 시내버스 119번을 타고 20분쯤 간 후 지하철 A선 종점 데이비츠카 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탄 뒤 목표 지점으로 이동한다. 이밖에 100번 버스는 지하철 B선 즐리친 역까지, 179번 버스는 B선 노베부토비체 역까지 운행한다.


|  대중교통

체코 프라하는 시내버스,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발달해 이동하기 편리하다. 키오스크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트램 입구에서 1일 권, 3일, 7일, 15일 권을 구입할 수 있다. 1일 권은 환승가능한 회수권과 환승이 불가능한 회수권이 있으니 주의할 것. 노선을 먼저 확인한 후 환승이 필요하다면 환승 회수권을 구입한다. 지하철은 시내 중심가를 통과해 동서로 운행되는 A,B,C 3개 노선이 있다.


|  비자

예전에는 동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지 않아 동유럽 여행 루트를 짜는 게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관광 혹은 비영리 목적의 경우,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무비자 90일 체류를 허용한다. 단, 알바니아는 무비자 30일 체류만 허용하며 입국세 10유로를 받는다. 마케도니아에 입국할 때는 국경에서 보험가입을 해야 하며 보험료는 4유로다.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는 호텔 이외의 숙박시설에 투숙할 경우, 3일 이내에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  여행 시기

6월부터 9월까지 여름 시즌이 관광하기 제일 적당하다.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지만 습도가 비교적 적어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일교차가 심한 편이라 카디건 등 가벼운 외투는 필수. 이밖에 주요 문화 행사 기간에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 여행을 즐기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선 9월 국제영화제가 열리며, 플젠에선 10월 맥주축제가 열린다.


|  통화

체코의 기본 통화는 코르나(Kc)다. 보조통화는 할레슈(haler). 100할레슈가 1코르나다. 1달러 기준 약 22.4kr, 1유로 기준 약 29.7kr 정도로 환산하면 적당하다. 관광지에선 유로화가 대부분 통용되지만, 환율이 좋지 않으며 잔돈은 코르나로 준다.


|  꼭 맛봐야 할 음식

체코에서 꼭 먹어봐야 할 요리는 한국의 돼지족발 요리와 비슷한 페체네 클로네다. 하나를 시키면 두세 사람이 나눠먹을 만큼 양이 넉넉하기 때문에 반드시 파트너를 구해 도전하는 게 좋다. 여기에 진빵처럼 생긴 체코의 빵 크네들리키를 함께 먹는다. 구시가 곳곳에 페체네 클로네를 파는 레스토랑이 있지만 역시 관광지에선 바가지요금을 부르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것. 관광지를 벗어나면 가격이 놀랄 만큼 싸진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파는 소시지 핫도그도 체코의 명물로 꼽히다. 일반 맥주보다 도수가 살짝 높은 체코 맥주의 깊은 맛도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하다.


|  숙박

서유럽에 비해 체코의 숙박비는 비교적 싼 편. 고급 호텔 싱글 숙박비는 1박에 한화로 10만 원 선이다. 단, 체코 프라하는 1년 내내 유럽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빈 방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일류 호텔은 연말연시, 여름 관광시즌, 음악제 기간 중 방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대신 체코에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 호스텔부터 중저가 호텔, 펜션에 이르기까지 숙박시설이 다양하게 정비되어 있어 자신의 예산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유스 호스텔은 시설도 좋고 전 세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멋진 사교의 장이니 적극 추천한다. 이밖에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에선 민박집도 자주 눈에 띈다. ‘빈방 있음’이라는 패널을 든 주인장과 가격을 내고한 뒤 숙소를 찾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이때 숙소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다.



도움되는 사이트
체코관광청 http://www.czechtourism.com
주한체코대사관 02-725-6765/6766 http://www.mzv.cz/seoul
체코 한인신문 http://www.koreanincz.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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