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FF MAGAZINE] VIEW POINT 정기원

  • 09.12.09 / 운영자


 

 

 

 
 

 

 

정기원 //

서울 홍대 근처의 서교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소녀. 어려서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주장을 적극 펼치지 못하고 대신 디자이너가 되었다. 1996년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입학, 그러나 유례없이 자퇴서를 내고 돌연 미국으로 향했다. 1998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으로 편입하여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 복수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학부 시절의 동료들과 만든 ‘Studio A/R/K’를 기반으로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AIGA 전시 참여, 매거진 애뉴얼에서 ‘Honorable Mention’을 받았으며, 졸업 후 세계 굴지의 명성을 자랑하는 MS, IDEO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현재 MIT Media Lab에서 석사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키워드로 쫓아가 보는 정기원의 커리어

 

01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자퇴 // 96학번, 학부생으로서 받는 교육에 다소 좌절감을 느껴 미국행을 결심. 당시 미국 유학파 교수님들로부터 큰 자극을 느끼고, ‘second-hand’로 학문을 접하는 것보다는 직접 무림에 나가 배우고 경쟁하고 싶다는 생각이 동기가 됨. 그때만 해도 서울대 학부를 그만두고 유학을 간 전례가 없어, 학과 사무실에서 자퇴서 처리하는데 애로사항을 겪음.

02 카네기 멜론 대학 // 1998년 학부 2학년으로 편입.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을 복수전공. 당시 트렌드로 치면 ‘User Interface/Interaction’ 디자이너로 키워진 셈. 언어와 학문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성장의 꽃을 피우게 됨. ‘Interface Design’을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져 산학 프로젝트에 거의 유일한 학부생으로서 참여했으며, 디자인과 동기들과 팀을 이루어 피츠버그의 공익 비영리단체를 클라이언트로 삼아 환경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한 것이 가장 큰 두 가지 성과. 이 활동은 후에 ‘Studio A/R/K’로 이어짐.

 

 

 

 

03 MS(마이크로 소프트) // 2002년 ‘Studio A/R/K’ 해산. 이후 MS에 디자이너로 입사. 오피스 팀에 소속되어 윈도우 버전 Microsoft Office 2003 마무리 작업과 2007년 버전 제품의 비전에서 알파버전까지 인터랙션/그래픽 작업에 참여.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진 제품 관련 작업에서 느끼는 엄청난 제약을 받으며 다소 좌절을 경험. 하지만, 작은 개선을 통해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에 보람을 느끼기도 함.

 
04 IDEO // MS 퇴사 후 IDEO 입사. 한국 기업들과 일할 기회가 생기고 미국과는 다른 리듬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국 IT분야 및 기업문화의 특수성에 대해 배우게 됨. 매니지먼트 컨설팅 회사와 손을 잡고 사용자 입장에서의 서비스 시나리오와 경영자 입장에서의 비지니스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디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서가 함께 나오는 특이한 경험을 함.
 
05 MIT MEDIA LAB // 떠오르는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로 2007년 미디어 랩 입학. ‘Stress Out Sourced’라는 프로젝트(스크린 상으로 이뤄지는 소셜 네트워킹을 이용한 진동 마사지기 개발)로 학회와 언론 등에 알려짐. 현재 석사 2년차로 논문프로젝트를 한참 진행 중. (RFID와 가속센서 등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의 물건을 즉흥적으로 gestural interface로 만들어 사용자 스스로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만들어내는 작업)

 

 

 
 

 

 

 

  FF_공대를 다니는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MIT MEDIA LAB의 한 일원으로서 당신에게 공학이라는 것과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나? 사실 공학과 예술이라는 건 한참이나 멀어 보이는데, 두 가지가 서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는 어떻게 결부되는지 궁금하다.

"미디어랩은 공대출신이 많고 공학적 능력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공대는 아니다. 학위과정의 명칭도 ‘Media Arts and Sciences’ 인데, 여기서 ‘Arts’는 미대나 음대의 ‘예술’ 이 아니라 문과 학문을 총칭하는 교양과정에 부합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굳이 번역하자면 미디어 ‘문리대’ 라고 말할 수 있겠다. MIT뿐만 아니라 하버드대학도 학부과정에서 과와 전공을 개방해놓고 전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을 생각해 볼 때 미디어랩이 단지 공학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를 다니고 카네기멜론을 나와서 일선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디자인, 공학, 예술, 경영, 심리 등의 과목을 각각 분리해 교육받았다. 그리고 일선에서 이 학문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이나 가치, 디자이너로서의 좋고 힘든 점에 대하여 많이 고민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IDEO에 근무하던 후반기부터 미디어랩에서 일하는 현재까지의 기간 동안 나의 시야는 매우 달라졌다. 그동안 접해온 사람들도 장르를 넘나들거나 스스로를 계속 변화시키는 사람들이었고, 훈련과 전공분야에 의거하여 세상을 보는 시각이 확 줄어들었다. 내 자신을 디자이너라고 부르는데도 약간 어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공이나 분야를 떠나서 아이디어나 콘셉트의 옥석을 볼 수 있는 사람, 특정 아이디어를 가치 있는 레벨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사람, 일과 콘셉트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과 미학을 가진 사람이 되어, 그렇게 쌓은 내공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이는 어찌 보면 ‘문리대’적인 사고라고도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디자이너로서 내 장래가 가진 한계점이나 특수성에 집착하던 것이 많이 없어졌다. 결국 공학적 능력이나 배경, 디자인적 기술이나 능력 등도 역시 내공과 개인적 비전을 현실화 하기 위한 도구나 언어라고 생각한다."
 

FF_학문적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디어를 끌어올리고, 자신만의 미학을 가질 수 있는 내공을 쌓는 노하우는 어떻게 쌓을 수 있나.

 

"기본적으로는 한 가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분야에 몇 년 만이라도 정착하면 ‘경지’의 개념을 체험할 수 있고, 다른 분야에 대한 접근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20대 초반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한 가지를 잘해본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내공과 고수만의 세계가 있으니, 고수들도 많이 접해보라.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배우고 해보고 넓혀나가야 한다. 한 분야의 고수들만이 아는 ‘경지’가 있듯이, 다른 분야로 넘나들어 본 사람들만이 가진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있다. 군대와 같은 몇몇 특수한 경우라면 몰라도, 한가지씩만 갖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일하는 것보다 1.5개씩 갖춘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것이 더 흥미롭고,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IDEO와 미디어랩, 이 두 곳은 모두 "T자형 인재"나 팔방미인 재주꾼들의 요람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내 철학은 2·30대에 너무 빨리 ‘generalist’ 즉, 관리자로 넘어가지 말고, 한 가지에 ‘specialist’ 경지를 획득한 후 다른 분야와 연계하여 부지런히 특수성을 계속 넓혀나가자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 다방면의 안목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분야 ‘specialist’는 ‘generalist’ 보다 훨씬 강하다."

 

 

 

 

FF_미국이라는 중심적 필드, 세계 굴지의 기업 및 대학에서 활동하며 느끼고 비교해 본 한국의 과학(IT) 및 예술 분야의 한계는 무엇인가?

 

"한국 IT문화의 특수성이라면 돈을 벌거나 날린 스토리는 다수 존재하는데, 미국 실리콘 밸리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같은 등장인물이나 신화적 존재라든가, 전반적으로 업계에 대한 로망이나 내러티브, 그리고 롤모델이 없다는 점을 들겠다. 아직 분야의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추상적으로나마 우러러 볼 수 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인생이 역설하는 가치관 같은 것이 없고, 테크놀로지 분야에 대한 이상이나 가치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점은 아쉽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중국의 경우에도 카이푸 리 (http://en.wikipedia.org/wiki/Kai-Fu_Lee) 등의 신화적 존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자인과 테크 업계도 영혼을 갖춘 분야가 되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를 바란다."
 
How to Contact 정기원
http://twitter.com/keywonc
http://www.linkedin.com/in/keywon
http://keywon.com
 
취재 및 글_ 임유미(프리랜스 에디터)
 


[FF MAGAZINE] VIEW POINT 정기원


 

 

 

 
 

 

 

정기원 //

서울 홍대 근처의 서교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소녀. 어려서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주장을 적극 펼치지 못하고 대신 디자이너가 되었다. 1996년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입학, 그러나 유례없이 자퇴서를 내고 돌연 미국으로 향했다. 1998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으로 편입하여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 복수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학부 시절의 동료들과 만든 ‘Studio A/R/K’를 기반으로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AIGA 전시 참여, 매거진 애뉴얼에서 ‘Honorable Mention’을 받았으며, 졸업 후 세계 굴지의 명성을 자랑하는 MS, IDEO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현재 MIT Media Lab에서 석사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키워드로 쫓아가 보는 정기원의 커리어

 

01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자퇴 // 96학번, 학부생으로서 받는 교육에 다소 좌절감을 느껴 미국행을 결심. 당시 미국 유학파 교수님들로부터 큰 자극을 느끼고, ‘second-hand’로 학문을 접하는 것보다는 직접 무림에 나가 배우고 경쟁하고 싶다는 생각이 동기가 됨. 그때만 해도 서울대 학부를 그만두고 유학을 간 전례가 없어, 학과 사무실에서 자퇴서 처리하는데 애로사항을 겪음.

02 카네기 멜론 대학 // 1998년 학부 2학년으로 편입.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을 복수전공. 당시 트렌드로 치면 ‘User Interface/Interaction’ 디자이너로 키워진 셈. 언어와 학문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성장의 꽃을 피우게 됨. ‘Interface Design’을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져 산학 프로젝트에 거의 유일한 학부생으로서 참여했으며, 디자인과 동기들과 팀을 이루어 피츠버그의 공익 비영리단체를 클라이언트로 삼아 환경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한 것이 가장 큰 두 가지 성과. 이 활동은 후에 ‘Studio A/R/K’로 이어짐.

 

 

 

 

03 MS(마이크로 소프트) // 2002년 ‘Studio A/R/K’ 해산. 이후 MS에 디자이너로 입사. 오피스 팀에 소속되어 윈도우 버전 Microsoft Office 2003 마무리 작업과 2007년 버전 제품의 비전에서 알파버전까지 인터랙션/그래픽 작업에 참여.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진 제품 관련 작업에서 느끼는 엄청난 제약을 받으며 다소 좌절을 경험. 하지만, 작은 개선을 통해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에 보람을 느끼기도 함.

 
04 IDEO // MS 퇴사 후 IDEO 입사. 한국 기업들과 일할 기회가 생기고 미국과는 다른 리듬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국 IT분야 및 기업문화의 특수성에 대해 배우게 됨. 매니지먼트 컨설팅 회사와 손을 잡고 사용자 입장에서의 서비스 시나리오와 경영자 입장에서의 비지니스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디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서가 함께 나오는 특이한 경험을 함.
 
05 MIT MEDIA LAB // 떠오르는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로 2007년 미디어 랩 입학. ‘Stress Out Sourced’라는 프로젝트(스크린 상으로 이뤄지는 소셜 네트워킹을 이용한 진동 마사지기 개발)로 학회와 언론 등에 알려짐. 현재 석사 2년차로 논문프로젝트를 한참 진행 중. (RFID와 가속센서 등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의 물건을 즉흥적으로 gestural interface로 만들어 사용자 스스로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만들어내는 작업)

 

 

 
 

 

 

 

  FF_공대를 다니는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MIT MEDIA LAB의 한 일원으로서 당신에게 공학이라는 것과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나? 사실 공학과 예술이라는 건 한참이나 멀어 보이는데, 두 가지가 서로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는 어떻게 결부되는지 궁금하다.

"미디어랩은 공대출신이 많고 공학적 능력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공대는 아니다. 학위과정의 명칭도 ‘Media Arts and Sciences’ 인데, 여기서 ‘Arts’는 미대나 음대의 ‘예술’ 이 아니라 문과 학문을 총칭하는 교양과정에 부합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굳이 번역하자면 미디어 ‘문리대’ 라고 말할 수 있겠다. MIT뿐만 아니라 하버드대학도 학부과정에서 과와 전공을 개방해놓고 전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을 생각해 볼 때 미디어랩이 단지 공학과 예술의 결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를 다니고 카네기멜론을 나와서 일선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디자인, 공학, 예술, 경영, 심리 등의 과목을 각각 분리해 교육받았다. 그리고 일선에서 이 학문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이나 가치, 디자이너로서의 좋고 힘든 점에 대하여 많이 고민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IDEO에 근무하던 후반기부터 미디어랩에서 일하는 현재까지의 기간 동안 나의 시야는 매우 달라졌다. 그동안 접해온 사람들도 장르를 넘나들거나 스스로를 계속 변화시키는 사람들이었고, 훈련과 전공분야에 의거하여 세상을 보는 시각이 확 줄어들었다. 내 자신을 디자이너라고 부르는데도 약간 어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전공이나 분야를 떠나서 아이디어나 콘셉트의 옥석을 볼 수 있는 사람, 특정 아이디어를 가치 있는 레벨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사람, 일과 콘셉트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과 미학을 가진 사람이 되어, 그렇게 쌓은 내공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이는 어찌 보면 ‘문리대’적인 사고라고도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디자이너로서 내 장래가 가진 한계점이나 특수성에 집착하던 것이 많이 없어졌다. 결국 공학적 능력이나 배경, 디자인적 기술이나 능력 등도 역시 내공과 개인적 비전을 현실화 하기 위한 도구나 언어라고 생각한다."
 

FF_학문적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디어를 끌어올리고, 자신만의 미학을 가질 수 있는 내공을 쌓는 노하우는 어떻게 쌓을 수 있나.

 

"기본적으로는 한 가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분야에 몇 년 만이라도 정착하면 ‘경지’의 개념을 체험할 수 있고, 다른 분야에 대한 접근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20대 초반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한 가지를 잘해본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내공과 고수만의 세계가 있으니, 고수들도 많이 접해보라.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배우고 해보고 넓혀나가야 한다. 한 분야의 고수들만이 아는 ‘경지’가 있듯이, 다른 분야로 넘나들어 본 사람들만이 가진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있다. 군대와 같은 몇몇 특수한 경우라면 몰라도, 한가지씩만 갖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일하는 것보다 1.5개씩 갖춘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것이 더 흥미롭고,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IDEO와 미디어랩, 이 두 곳은 모두 "T자형 인재"나 팔방미인 재주꾼들의 요람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내 철학은 2·30대에 너무 빨리 ‘generalist’ 즉, 관리자로 넘어가지 말고, 한 가지에 ‘specialist’ 경지를 획득한 후 다른 분야와 연계하여 부지런히 특수성을 계속 넓혀나가자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 다방면의 안목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분야 ‘specialist’는 ‘generalist’ 보다 훨씬 강하다."

 

 

 

 

FF_미국이라는 중심적 필드, 세계 굴지의 기업 및 대학에서 활동하며 느끼고 비교해 본 한국의 과학(IT) 및 예술 분야의 한계는 무엇인가?

 

"한국 IT문화의 특수성이라면 돈을 벌거나 날린 스토리는 다수 존재하는데, 미국 실리콘 밸리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같은 등장인물이나 신화적 존재라든가, 전반적으로 업계에 대한 로망이나 내러티브, 그리고 롤모델이 없다는 점을 들겠다. 아직 분야의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추상적으로나마 우러러 볼 수 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인생이 역설하는 가치관 같은 것이 없고, 테크놀로지 분야에 대한 이상이나 가치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점은 아쉽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중국의 경우에도 카이푸 리 (http://en.wikipedia.org/wiki/Kai-Fu_Lee) 등의 신화적 존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자인과 테크 업계도 영혼을 갖춘 분야가 되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를 바란다."
 
How to Contact 정기원
http://twitter.com/keywonc
http://www.linkedin.com/in/keywon
http://keywon.com
 
취재 및 글_ 임유미(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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