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FF Magazine] Fast Frontier -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5명의 창조자들 _ 스티키 몬스터 랩

  • 10.01.25 / 운영자


 
다 큰 어른이지만, 가끔 패스트푸드점에서 부끄럽게 ‘어린이 세트’를 주문할 때가 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세트에 딸려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GET’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입수해 책상 위에 진열되는 프로모션 피규어는 디자인과 질이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어린이 메뉴를 꾸역꾸역 먹어가며 피규어를 모으는 건 ‘기발한 감각으로 제작된 최신 흥행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피규어’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며, ‘픽사’며 분명 미국에서 태어난 캐릭터들이지만, 중국에서 대량생산된 탓에 종종 코가 삐뚤어졌거나 사시인 피규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내 코가 삐뚤어지고, 눈이 돌아갈 만큼의 아쉬움이 엄습한다. ‘아, 척박한 한국의 디자인 시장이여, 애니메이션 시장이여, 피규어 시장이여!’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어른들을 철없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갔다. ‘키덜트족’이라 칭해지는 그들이 피규어를 모으는 이유는 자신들을 흥분케 만든 작품을 소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작품 소장조차 힘든 땅이 바로 한국이다. 한국인들의 감각과 손재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엔 내세울 만한 애니메이션도 그에 파생되는 피규어도 흔하지 않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척박한 한국의 디자인 신에서 오로지 ‘스스로를 위한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순수한 의지로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애니메이션과 피규어를 제작하는 유일무이한 ‘디자인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스티키 몬스터 랩(Sticky Monster Lab)'이라 칭해지는 그들의 정체를 한 줄로 정의하기는 사실 어렵다. 2007년 결성한 이들은 (2007), (2008), (2009)로 대변된다. 이들의 작품을 접한 대중들은 종종 스티키 몬스터 랩을 외국 디자인 그룹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언어를 배제한 무국적 작품을 제작하고, 자신들을 드러내는 일에도 크게 적극성을 띠진 않지만, 작품으로 정면 승부하는 이들은 벌써 해외의 유명 잡지에 소개되고, 유명한 필름 페스티벌에 초대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누구도 쉽사리 뛰어들지 않는 척박한 신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 앞서나가고 있는 ’스티키 몬스터 랩‘을 소개한다. 아트디렉터 부창조, 프로듀서 김나나, 디렉터 최림, 피규어 아티스트 황찬석과 강인애를 만나 그들의 출발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FF : 최림, 부창조, 나나. 세 명이 먼저 만났고, 후에 피규어 아티스트인 황찬석과 강인애가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키 몬스터 랩은 어떻게 결성된 것인가.
 
최림 : 광고 제작일을 하던 나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창조는 작업을 통해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탓에 진정한 의미의 ‘작업’을 할 수 없는 처지를 고민하던 창조와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뜻을 모았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디자이너였고, 디자인 외의 영역을 담당할 멤버가 필요했다. 2004년 ‘레스페스트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던 ‘레스페스트 영화제’ 사무국의 나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2007년 경 그렇게 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블록화’가 매우 활발했다. 디자이너들끼리, 영화감독들끼리 혹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크로스오버해 ‘팀’을 만들어 활동했고, 우리도 그에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성했을 때 우리는 ‘스티키 몬스터 랩’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명확한 목표보다는 이제 막 서른이 된 젊은이들의 단순한 고민,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의지로 뭉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셋이 모여 의견을 나누며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구체적인 작업물로 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피규어 아티스트인 인애와 찬석을 만나게 되면서 보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작업에 대한 추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부창조 : 피규어 아티스트의 합류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다보니 피규어 제작 쪽으로도 욕심이 생겨, 우리가 직접 피규어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게 되었다. 인애와 찬석은 각자 나름의 인지도를 가지고 피규어 산업의 메카 홍콩이라든가, 큰 업체의 작업을 하고 있던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작업을 하자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의 ‘무보수’ 작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FF : 인애와 찬석이 흔쾌히 승낙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찬석 : 스티키 몬스터 랩과 만나게 된 시점 전후가 ‘토이’라는 개념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난 시기였다. 원형사로서 클라이언트 작업이 많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스스로가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데 대한 갈증이 컸다.
스티키 몬스터 랩과 약속을 잡고 만나기 전 애니메이션 영상()을 봤는데 느낌이 매우 좋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클라이언트 작업보다 작가 활동을 해야겠다는 개인적 이상과 작품의 스타일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애 : 처음에는 전시에 참여하는 단발성 작업을 했는데, 함께 작업을 하고 나서 팀으로 들어가겠다고 제안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FF : 디자인 스튜디오보다는 ‘몬스터즈’라는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알고 있다. 몬스터즈는 어떻게 태어난 것이며, 몬스터즈를 기반으로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최림 : 열정적으로 임했던 첫 작업()에 이어 가 탄생했고, 그 디자인이 현재 우리 작업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몬스터즈 작업을 구체화할 시점에 내부에서 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우리가 자칫 잘못하면 캐릭터 디자인 회사로 오인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작업의 방향성을 잡을 때 캐릭터에만 치우치지 않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처음에 하고자 했던 것처럼 명확한 주제와 그에 따르는 디자인, 스토리 등의 모든 요소가 꼭 들어가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인애 : 가끔 주변에서 “너희는 무슨 회사니? 캐릭터 회사니?”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우리는 딱 잘라 정의되는 작업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연결되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구한다.
 
 
FF : 스티키 몬스터 랩이 국내작 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으레 외국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알고 있다 충격을 받는다). 결성 초기부터 ‘한국의 디자인’임을 내세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최림 : 사실 멤버들도 ‘최림, 부창조…’ 라는 본명을 쓰기 보다는, ‘FLA, BOO, NANA, INAE, C+’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출발부터 다국적으로 가고 싶었다. 솔직히 ‘견적 차이’라는 한계도 작용했다. 글로벌 작업을 추구하긴 해도 우선은 한국에서의 작업이 먼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단 작품 자체로 매우 훌륭한 평가를 받아도 작가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작업 견적이 강등되는 문제가 있다. ‘무국적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였다.
 
찬석 :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무국적 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영상에는 언어가 없다. 언어가 없다 보니 순수하게 디자인적인 부분이 먼저 와 닿을 수 있다.
 
FF :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 참여,< IdN: v16n3>과의 인터뷰 등을 놓고 보면, 몬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하게 활동하고자 하는 목적을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생각하는데, 스티키 몬스터 랩 스스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나.
 
최림 :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모든 요소가 결합된 공동 프로젝트라는 팀의 정체성을 봤을 때 다방면에서 알려져야 하는데, 아직은 디자인이나 영상 관련 해외 커뮤니티, 해외의 DVD 매거진 등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있다. 부분적으로만 알려져 있다는 것은 우리가 글로벌 활동에서 극복해야 할 점이다. 지금처럼 계속 노력을 이어간다면 그 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FF : 추가적으로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 참여, 과의 인터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싶다.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나나 :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우리의 활동시기와도 맞물려 참여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보다는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었고, 글로벌 마케팅의 현장에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배우고 싶다는 의도가 강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세계적인 캐릭터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고, 우리가 캐릭터 브랜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도 우리 작업 중 일부이기 때문에 그런 공통분모를 가지고 참여한 것이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일반 대중들보다는 디자인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림 : 주로 광고나 영상 등을 다루는 라는 DVD 매거진이 있다. 거기에 우리가 를 통해 국내 팀으로서는 두 번째로 소개되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 기사를 보고 에서 컨택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나 : 쪽에서 지면 인터뷰와 영상 인터뷰를 동시에 요구했다. 질문지를 제외하고는 인터뷰와 관련한 모든 콘셉트와 이미지를 우리가 직접 제작했다. 인터뷰를 단순하게 촬영하기 보다는 멤버들의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한 편의 작품 못지않은 인터뷰였다.
 
 
FF : 멤버들 각자 개인적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에는 생업을 위한 다른 활동들을 모두 접고 ‘몬스터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접했다. 이렇게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나 목적이 있다면?
최림 : 우리처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재 별로 없다. 아마 배고프고 힘들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재미있는 작업 해보겠다고 뭉쳤다가 사라진 팀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경제적인 애로사항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애 : 생업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노력과 시간이 분산되는 것이 문제였다.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나나 : 현재가 과도기인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잘해온 것도 있지만, 운도 좋았다. 어쨌든 잘 풀려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에게 어떤 면이 부족하고 무엇을 보완하면 좋겠고, 어떻게 나가면 좋겠는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 시점이다. 지금이 아니면 그 그림을 실현시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초심으로 돌아가 더 집중해 작업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창조 : 외부에서 본다면, 사실 우리는 현실성이 없는 팀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수익이 없다. 초반에는 작업실도 운영했으나 수익이 없으니 작업실 자체가 부담이었다. 업체의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작업실을 해체했는데, 팀 리뉴얼의 기점으로 잡은 2010년에는 돈을 모으거나 투자를 받거나 하는 방식으로 다시 작업실을 오픈해 힘을 모으고자 한다.
 
FF : 그렇게 보면 스티키 몬스터 랩이 추구하는 작업들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한국의 신이 상당히 척박하다. 그간에 힘들었던 점이라든지, 작업을 통해 느꼈던 내외부적인 한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준다면.
 
창조 : ‘수익이 날 수 있는 일을 먼저 한 후 재미있는 일을 할 것인가’와 ‘그저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이 먼저인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우리 같은 팀들이 흔하게 가질 수 있는 문제이다. 사실 그런 점 때문에 해체한 팀들이 많다. 이렇게 가치 판단 기준이 다르면 함께 일하기 힘든데, 우리 멤버들 사이에서는 이런 부분의 갈등은 없었다. 우리는 수익을 포기하고 우리만의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것을 손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니까. 솔직히 제작비 상의 문제점은 있지만, 내부적인 갈등은 없다.
 
최림 : 외부적인 스트레스는 많다. 간혹 외부의 작업을 의뢰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혹은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견적이 깎이기도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외국에서 더 유명해지고 돌아와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아마 이건 모든 디자이너의 고민일지도 모른다. 이런 편견이 우리를 좀 힘들게 한다.
 
찬석·인애 : 한국에 피규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수요도 없기 때문에 아트 토이를 만드는 작업이 좀 힘들다. 모든 피규어는 핸드메이드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그 점이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창조 : 우리가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유명한 아트 토이 작가들의 경우를 보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대략 5~10년간 작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아트 토이를 사는 것은 특정 작품에 대한 기억을 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부분을 충분히 쌓지 못했다. 앞으로 그런 인식을 확대시켜야 한다.
 
인애 : 자본 자체가 없어서도 그렇지만, 콘텐츠를 먼저 알리고 피규어를 제작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FF : 의 경우 아트북, 애니메이션, 피규어 창작이라는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뼈대에 ‘검정치마’의 음악이 콜라보레이션되어 상당히 멀티적인 아트의 느낌이 든다. 작품들을 보면 비틀즈, 마이클 잭슨 등을 패러디한 캐릭터도 등장하고, '360 sounds'와도 계속 작업들을 이어가는 것이 인상 깊다. 스티키 몬스터 랩과 음악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나.
 
나나 : 스티키 몬스터 랩의 처음 취지는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특히 뮤지션들과 친하긴 하지만 멤버 모두가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늘 음악과 함께 작업한다. 음악과 우리의 영상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늘 영감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창조 : 나중에는 음악을 작업의 확장 요소로 쓰고 싶다. 3차원의 작업물을 만들고 싶어 피규어를 도입한 것처럼, 음악도 또 다른 차원의 작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션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한다든지, 같이 앨범을 만들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FF : 글로벌 홍보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스티키 몬스터 랩을 알리는 데 어떤 방식으로 주력하는가.
 
아직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데에 그치고 있지만, 새롭게 프로젝트가 정리되고 몰입하다 보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현재 영화제 쪽으로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상영을 통한 홍보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올해 베를린에서 열리는 ‘픽토플라즈마 영화제’, 이탈리아 볼로냐의 ‘퓨처 필름 페스티벌’에서 우리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전전긍긍하지 않더라도 결국에 때가 되니까 다 오는 것 같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FF : 이렇게 발전해갈 수 있는 스티키 몬스터 랩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림 : 무대뽀 정신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기? 우리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팀들 많았는데, 대부분 사라졌다.
 
나나 : 사실 이러한 작업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만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탈자도 생겨날 수 있고, 갈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즐겁게 임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존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쭉 전진할 것이다.
 
FF : 스티키 몬스터 랩의 프로젝트가 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에는 어떤 방식으로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나나 : 우리는 디자인과 관련한 모든 영역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입지가 굳어질 것이고, 경쟁자들이 등장하며 보다 작업하기 즐거워지고, 그 결과 시장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조 : 너무 잘하는 경쟁자가 생기면 안 될 텐데. 하하.
 
FF : 디자인과 관련한 전방위 활동을 소화해내고 있다 보니 스티키 몬스터 랩이 도대체 뭐 하는 팀인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팀 스스로는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나.
 
최림 : 항상 받는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 엄마한테 물어봐야 하나?
 
나나 : 기존에 없었던 팀이기 때문에 한 줄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우리 스스로도 작업에 한계를 두는 것이 아니고 규정을 짓지도 않는다.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가 이 팀은 ‘무슨 팀이다’라고 정해주지 않을까? ‘스티키 몬스터 랩 같은 회사’로 칭해질 수 있는 대명사격의 팀이 되고 싶다.
 
창조 : 스스로 자기를 규정하는 것들,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종종 스스로를 ‘무슨 무슨 아티스트’라고 칭하는 얘기들을 접하면 솔직히 기분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이름 자체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그저 ‘스티키 몬스터 랩’으로 칭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FF : 우리는 스티키 몬스터 랩을 Fast Frontier로 선정했다. 이에 동의하는가?
창조 : 노코멘트.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모두 웃음)
 

스티키 몬스터 랩의 작품 , , 는 그들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관람할 수 있다.
www.stickymonsterlab.com

글 / 임유미(FF)
사진 / 나승(Nathing Studio)

 


[FF Magazine] Fast Frontier -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5명의 창조자들 _ 스티키 몬스터 랩


 
다 큰 어른이지만, 가끔 패스트푸드점에서 부끄럽게 ‘어린이 세트’를 주문할 때가 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세트에 딸려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GET’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입수해 책상 위에 진열되는 프로모션 피규어는 디자인과 질이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어린이 메뉴를 꾸역꾸역 먹어가며 피규어를 모으는 건 ‘기발한 감각으로 제작된 최신 흥행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피규어’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며, ‘픽사’며 분명 미국에서 태어난 캐릭터들이지만, 중국에서 대량생산된 탓에 종종 코가 삐뚤어졌거나 사시인 피규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내 코가 삐뚤어지고, 눈이 돌아갈 만큼의 아쉬움이 엄습한다. ‘아, 척박한 한국의 디자인 시장이여, 애니메이션 시장이여, 피규어 시장이여!’

피규어를 가지고 노는 어른들을 철없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갔다. ‘키덜트족’이라 칭해지는 그들이 피규어를 모으는 이유는 자신들을 흥분케 만든 작품을 소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소박한 작품 소장조차 힘든 땅이 바로 한국이다. 한국인들의 감각과 손재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엔 내세울 만한 애니메이션도 그에 파생되는 피규어도 흔하지 않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척박한 한국의 디자인 신에서 오로지 ‘스스로를 위한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순수한 의지로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애니메이션과 피규어를 제작하는 유일무이한 ‘디자인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스티키 몬스터 랩(Sticky Monster Lab)'이라 칭해지는 그들의 정체를 한 줄로 정의하기는 사실 어렵다. 2007년 결성한 이들은 (2007), (2008), (2009)로 대변된다. 이들의 작품을 접한 대중들은 종종 스티키 몬스터 랩을 외국 디자인 그룹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언어를 배제한 무국적 작품을 제작하고, 자신들을 드러내는 일에도 크게 적극성을 띠진 않지만, 작품으로 정면 승부하는 이들은 벌써 해외의 유명 잡지에 소개되고, 유명한 필름 페스티벌에 초대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누구도 쉽사리 뛰어들지 않는 척박한 신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 앞서나가고 있는 ’스티키 몬스터 랩‘을 소개한다. 아트디렉터 부창조, 프로듀서 김나나, 디렉터 최림, 피규어 아티스트 황찬석과 강인애를 만나 그들의 출발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FF : 최림, 부창조, 나나. 세 명이 먼저 만났고, 후에 피규어 아티스트인 황찬석과 강인애가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키 몬스터 랩은 어떻게 결성된 것인가.
 
최림 : 광고 제작일을 하던 나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창조는 작업을 통해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탓에 진정한 의미의 ‘작업’을 할 수 없는 처지를 고민하던 창조와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뜻을 모았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디자이너였고, 디자인 외의 영역을 담당할 멤버가 필요했다. 2004년 ‘레스페스트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던 ‘레스페스트 영화제’ 사무국의 나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2007년 경 그렇게 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블록화’가 매우 활발했다. 디자이너들끼리, 영화감독들끼리 혹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크로스오버해 ‘팀’을 만들어 활동했고, 우리도 그에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성했을 때 우리는 ‘스티키 몬스터 랩’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명확한 목표보다는 이제 막 서른이 된 젊은이들의 단순한 고민,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의지로 뭉친 것이었기 때문이다. 셋이 모여 의견을 나누며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구체적인 작업물로 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피규어 아티스트인 인애와 찬석을 만나게 되면서 보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작업에 대한 추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부창조 : 피규어 아티스트의 합류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다보니 피규어 제작 쪽으로도 욕심이 생겨, 우리가 직접 피규어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게 되었다. 인애와 찬석은 각자 나름의 인지도를 가지고 피규어 산업의 메카 홍콩이라든가, 큰 업체의 작업을 하고 있던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작업을 하자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의 ‘무보수’ 작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승낙을 했다.
 
FF : 인애와 찬석이 흔쾌히 승낙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찬석 : 스티키 몬스터 랩과 만나게 된 시점 전후가 ‘토이’라는 개념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난 시기였다. 원형사로서 클라이언트 작업이 많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스스로가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데 대한 갈증이 컸다.
스티키 몬스터 랩과 약속을 잡고 만나기 전 애니메이션 영상()을 봤는데 느낌이 매우 좋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클라이언트 작업보다 작가 활동을 해야겠다는 개인적 이상과 작품의 스타일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애 : 처음에는 전시에 참여하는 단발성 작업을 했는데, 함께 작업을 하고 나서 팀으로 들어가겠다고 제안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FF : 디자인 스튜디오보다는 ‘몬스터즈’라는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알고 있다. 몬스터즈는 어떻게 태어난 것이며, 몬스터즈를 기반으로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최림 : 열정적으로 임했던 첫 작업()에 이어 가 탄생했고, 그 디자인이 현재 우리 작업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몬스터즈 작업을 구체화할 시점에 내부에서 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우리가 자칫 잘못하면 캐릭터 디자인 회사로 오인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작업의 방향성을 잡을 때 캐릭터에만 치우치지 않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처음에 하고자 했던 것처럼 명확한 주제와 그에 따르는 디자인, 스토리 등의 모든 요소가 꼭 들어가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인애 : 가끔 주변에서 “너희는 무슨 회사니? 캐릭터 회사니?”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우리는 딱 잘라 정의되는 작업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연결되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구한다.
 
 
FF : 스티키 몬스터 랩이 국내작 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으레 외국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알고 있다 충격을 받는다). 결성 초기부터 ‘한국의 디자인’임을 내세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최림 : 사실 멤버들도 ‘최림, 부창조…’ 라는 본명을 쓰기 보다는, ‘FLA, BOO, NANA, INAE, C+’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출발부터 다국적으로 가고 싶었다. 솔직히 ‘견적 차이’라는 한계도 작용했다. 글로벌 작업을 추구하긴 해도 우선은 한국에서의 작업이 먼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일단 작품 자체로 매우 훌륭한 평가를 받아도 작가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작업 견적이 강등되는 문제가 있다. ‘무국적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였다.
 
찬석 :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도 ‘무국적 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영상에는 언어가 없다. 언어가 없다 보니 순수하게 디자인적인 부분이 먼저 와 닿을 수 있다.
 
FF :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 참여,< IdN: v16n3>과의 인터뷰 등을 놓고 보면, 몬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하게 활동하고자 하는 목적을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생각하는데, 스티키 몬스터 랩 스스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나.
 
최림 :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모든 요소가 결합된 공동 프로젝트라는 팀의 정체성을 봤을 때 다방면에서 알려져야 하는데, 아직은 디자인이나 영상 관련 해외 커뮤니티, 해외의 DVD 매거진 등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있다. 부분적으로만 알려져 있다는 것은 우리가 글로벌 활동에서 극복해야 할 점이다. 지금처럼 계속 노력을 이어간다면 그 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FF : 추가적으로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 참여, 과의 인터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싶다.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나나 : 동경국제애니메이션페어의 경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우리의 활동시기와도 맞물려 참여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보다는 참여하는 데 의의를 두었고, 글로벌 마케팅의 현장에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배우고 싶다는 의도가 강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세계적인 캐릭터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고, 우리가 캐릭터 브랜드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도 우리 작업 중 일부이기 때문에 그런 공통분모를 가지고 참여한 것이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일반 대중들보다는 디자인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림 : 주로 광고나 영상 등을 다루는 라는 DVD 매거진이 있다. 거기에 우리가 를 통해 국내 팀으로서는 두 번째로 소개되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 기사를 보고 에서 컨택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나 : 쪽에서 지면 인터뷰와 영상 인터뷰를 동시에 요구했다. 질문지를 제외하고는 인터뷰와 관련한 모든 콘셉트와 이미지를 우리가 직접 제작했다. 인터뷰를 단순하게 촬영하기 보다는 멤버들의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한 편의 작품 못지않은 인터뷰였다.
 
 
FF : 멤버들 각자 개인적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에는 생업을 위한 다른 활동들을 모두 접고 ‘몬스터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접했다. 이렇게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나 목적이 있다면?
최림 : 우리처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재 별로 없다. 아마 배고프고 힘들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재미있는 작업 해보겠다고 뭉쳤다가 사라진 팀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경제적인 애로사항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애 : 생업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노력과 시간이 분산되는 것이 문제였다.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나나 : 현재가 과도기인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잘해온 것도 있지만, 운도 좋았다. 어쨌든 잘 풀려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에게 어떤 면이 부족하고 무엇을 보완하면 좋겠고, 어떻게 나가면 좋겠는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 시점이다. 지금이 아니면 그 그림을 실현시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초심으로 돌아가 더 집중해 작업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창조 : 외부에서 본다면, 사실 우리는 현실성이 없는 팀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수익이 없다. 초반에는 작업실도 운영했으나 수익이 없으니 작업실 자체가 부담이었다. 업체의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작업실을 해체했는데, 팀 리뉴얼의 기점으로 잡은 2010년에는 돈을 모으거나 투자를 받거나 하는 방식으로 다시 작업실을 오픈해 힘을 모으고자 한다.
 
FF : 그렇게 보면 스티키 몬스터 랩이 추구하는 작업들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한국의 신이 상당히 척박하다. 그간에 힘들었던 점이라든지, 작업을 통해 느꼈던 내외부적인 한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준다면.
 
창조 : ‘수익이 날 수 있는 일을 먼저 한 후 재미있는 일을 할 것인가’와 ‘그저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이 먼저인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우리 같은 팀들이 흔하게 가질 수 있는 문제이다. 사실 그런 점 때문에 해체한 팀들이 많다. 이렇게 가치 판단 기준이 다르면 함께 일하기 힘든데, 우리 멤버들 사이에서는 이런 부분의 갈등은 없었다. 우리는 수익을 포기하고 우리만의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것을 손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니까. 솔직히 제작비 상의 문제점은 있지만, 내부적인 갈등은 없다.
 
최림 : 외부적인 스트레스는 많다. 간혹 외부의 작업을 의뢰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혹은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견적이 깎이기도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외국에서 더 유명해지고 돌아와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아마 이건 모든 디자이너의 고민일지도 모른다. 이런 편견이 우리를 좀 힘들게 한다.
 
찬석·인애 : 한국에 피규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수요도 없기 때문에 아트 토이를 만드는 작업이 좀 힘들다. 모든 피규어는 핸드메이드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그 점이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창조 : 우리가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유명한 아트 토이 작가들의 경우를 보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대략 5~10년간 작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아트 토이를 사는 것은 특정 작품에 대한 기억을 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부분을 충분히 쌓지 못했다. 앞으로 그런 인식을 확대시켜야 한다.
 
인애 : 자본 자체가 없어서도 그렇지만, 콘텐츠를 먼저 알리고 피규어를 제작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FF : 의 경우 아트북, 애니메이션, 피규어 창작이라는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뼈대에 ‘검정치마’의 음악이 콜라보레이션되어 상당히 멀티적인 아트의 느낌이 든다. 작품들을 보면 비틀즈, 마이클 잭슨 등을 패러디한 캐릭터도 등장하고, '360 sounds'와도 계속 작업들을 이어가는 것이 인상 깊다. 스티키 몬스터 랩과 음악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나.
 
나나 : 스티키 몬스터 랩의 처음 취지는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특히 뮤지션들과 친하긴 하지만 멤버 모두가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늘 음악과 함께 작업한다. 음악과 우리의 영상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늘 영감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창조 : 나중에는 음악을 작업의 확장 요소로 쓰고 싶다. 3차원의 작업물을 만들고 싶어 피규어를 도입한 것처럼, 음악도 또 다른 차원의 작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션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한다든지, 같이 앨범을 만들어본다든지. 그런 식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FF : 글로벌 홍보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스티키 몬스터 랩을 알리는 데 어떤 방식으로 주력하는가.
 
아직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데에 그치고 있지만, 새롭게 프로젝트가 정리되고 몰입하다 보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현재 영화제 쪽으로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상영을 통한 홍보에도 기대를 하고 있다. 올해 베를린에서 열리는 ‘픽토플라즈마 영화제’, 이탈리아 볼로냐의 ‘퓨처 필름 페스티벌’에서 우리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전전긍긍하지 않더라도 결국에 때가 되니까 다 오는 것 같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다.
 
FF : 이렇게 발전해갈 수 있는 스티키 몬스터 랩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림 : 무대뽀 정신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기? 우리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팀들 많았는데, 대부분 사라졌다.
 
나나 : 사실 이러한 작업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만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탈자도 생겨날 수 있고, 갈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즐겁게 임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생존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쭉 전진할 것이다.
 
FF : 스티키 몬스터 랩의 프로젝트가 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에는 어떤 방식으로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나나 : 우리는 디자인과 관련한 모든 영역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서 입지가 굳어질 것이고, 경쟁자들이 등장하며 보다 작업하기 즐거워지고, 그 결과 시장도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조 : 너무 잘하는 경쟁자가 생기면 안 될 텐데. 하하.
 
FF : 디자인과 관련한 전방위 활동을 소화해내고 있다 보니 스티키 몬스터 랩이 도대체 뭐 하는 팀인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팀 스스로는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나.
 
최림 : 항상 받는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 엄마한테 물어봐야 하나?
 
나나 : 기존에 없었던 팀이기 때문에 한 줄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우리 스스로도 작업에 한계를 두는 것이 아니고 규정을 짓지도 않는다.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가 이 팀은 ‘무슨 팀이다’라고 정해주지 않을까? ‘스티키 몬스터 랩 같은 회사’로 칭해질 수 있는 대명사격의 팀이 되고 싶다.
 
창조 : 스스로 자기를 규정하는 것들, 디자이너나 작가들이 종종 스스로를 ‘무슨 무슨 아티스트’라고 칭하는 얘기들을 접하면 솔직히 기분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이름 자체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그저 ‘스티키 몬스터 랩’으로 칭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FF : 우리는 스티키 몬스터 랩을 Fast Frontier로 선정했다. 이에 동의하는가?
창조 : 노코멘트.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모두 웃음)
 

스티키 몬스터 랩의 작품 , , 는 그들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관람할 수 있다.
www.stickymonsterlab.com

글 / 임유미(FF)
사진 / 나승(Nathing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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