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FF Magazine] Field Trip -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의 것을 재창조하는 거리, Lower East Side

  • 10.01.25 / 운영자


 

뉴욕이라는 곳은 맨해튼이라는 섬에 전 세계에서 자신만의 꿈을 안고 날아온 사람들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신비하면서 에너제틱한 도시이다. 이 도시는 모든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정직한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 혹은 카페에서도 친구나 직업을 찾아 인맥을 만들 수 있고, 진정 자신이 원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확고히 인정받아야 직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은 뉴요커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있는, 치열하게 정확한 요구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뉴욕의 패션산업은 지극히 상업적이면서 현재를 반영하고 있는 디자인 감각으로 대표된다. 뉴욕은 오랜 꾸뛰르 전통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 도시 파리·런던·밀라노와 더불어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상업적이고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럭셔리한 5번가와 매디슨가, 잘 다듬어진 감각으로 젊은 상류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미트 팩킹 디스트릭트 거리, 여전히 예술적이지만 이미 글로벌한 브랜드들이 들어서 예전 뉴욕의 젊은 거리의 느낌인 소호와 웨스트 빌리지의 거리, 펑크적 감각으로 뉴욕 대학생들의 룩을 표현하고 있는 이스트 빌리지 지역 등 뉴욕에는 이렇게 다양한 패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Opening Ceremony’가 파티문화와 아티스트, 뮤지션과 디자이너의 협력을 통해서 소호 다운타운 거리의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작년에 도쿄로 진출한 것을 계기로 패션 스토어는 젊은 세대의 문화를 주도하는 키(Key)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감성의 디자인과 예술로 채워지고 있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에서 뉴욕의 새로운 패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상점들이 현존하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라틴계의 사람들이 구성한 커뮤니티에, 차이나타운의 확장을 통한 중국인들의 고유한 문화가 섞여 여러 장르의 디자인과 예술에 관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옷을 중심으로 하는 패션 중심의 스토어보다는 인디 디자이너가 신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들만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형태의 패션스토어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라틴 상점들과 지극히 중국적인 가게들 사이에서 진보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의 큐레이팅을 보여주는 갤러리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 패션숍들과 함께 ‘뉴욕의 Zoo(모든 동물들이 인위적으로 섞여서 만들어내는 동물원의 복잡한 모습을 뉴욕의 풍경에 비유하여 쓰는 표현)’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다.

적은 규모의 '로우 키(Low Key : 극한 대비나 심한 감정을 일으키는, 즉 과장되는 느낌을 배제하여 차분하게 제한된 스타일로 접근하는 형태)'를 추구하는 패션스토어들과 이벤트 및 각종 예술 전시들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공간이다.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오랜 기간 동안 추구하여 그들만의 마켓과 커뮤니티를 형성한 첼시와 소호의 예전 모습처럼 젊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오픈 스페이스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로어 이스트 사이드만의 독특한 트렌드와 스타일이 형성된다. 이러한 문화를 지닌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새로움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는 뉴요커들에게 또 다른 소호, 첼시를 기대하게 하는 흥미로운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는 보다 게릴라적이고 독창적인 전시 기획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갤러리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전시를 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에 반응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만의 시각적인 표현과 언어를 통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거리에서 새롭게 브랜드를 시작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디자인 판매 루트를 스스로 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게 패션 스토어들이 증가하는 이 거리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주는 뉴욕에서 현재 가장 성장하고 있는 패션 커뮤니티, 그 자체이다.

 
 
고유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콘셉트로 시즌을 구성하는 [Project no 8.]은 많은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이 창의적인 영감을 받는 특별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절제되고 감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Project no 8.]은 유명한 디자이너보다는 자신들의 콘셉트에 맞는 디자이너들을 직접 찾고, 선택된 디자이너만을 스토어에 들여 키워낸다. [Project no 8.]이 선택한 가구·보석·패션디자인 분야의 디자이너들은 한두 시즌 동안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지원을 받는다(한두 시즌 짧게 구매하지 않고 오랜 시즌에 걸쳐 구매를 지속한다는 것은 초기 시작 단계에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브랜드를 소신 있게 계속 지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뉴욕에서 시작한 소규모 자본의 인디 브랜드인 ‘Tom Scott’, ‘VPL’, ‘A DATACHER’와 같은 브랜드들이 이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Project no 8.]의 창업자인 ‘브라이언’과 ‘엘리자베스’는 베를린에서 갤러리를 공동으로 운영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알고 지낸 건축가, 페인터 등의 아티스트들이 본업과는 별도로 의류나 가방, 주얼리 라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이 단지 그들만의 소품으로 끝나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껴 [Project no 8.]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작업을 상품화하여 다른 이에게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들이 이 스토어를 시작한 이유다. 패션을 그저 상품만이 아닌, 예술적이고 지속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그들은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뉴욕 패션의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브라이언과 엘리자베스는 자신들이 가진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해 오며 새로운 오픈 공간 형태를 구성했다. 두 창업자는 작업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기보다 목표를 이뤄 나가고자 하는 젊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의 필요를 읽었다. 그 필요를 반영해 [Project no 8.]의 운영목적을 자신의 것을 시작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시작을 계속 다른 스타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에 두었다. 일회성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고자 함이 [Project no 8.]이 지향하는 바다. www.projectno8.com

 
 

거리를 향한 스토어 벽면이 전부 유리로 되어있어 마치 프레임이 있는 사진처럼 보이는 [Maryam Nassir Zadeh] 스토어는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처럼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존재하고 있다. 이곳은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방향을 찾는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많은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 ‘shilla’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러한 레이아웃은 뉴요커들의 즉각적이고도 억지스럽지 않은 반응을 끌어내는 동시에 홍보를 유도하고 있다. 굳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서도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어. 떠오르는 젊은 아티스트 그룹인 ‘Confettisystem:’의 설치 미술과 함께 이국적인 텍스타일과 소재를 중심으로 전개한 2009 [Maryam Nassir Zadeh]의 겨울 시즌을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패션 이벤트를 아트 이벤트와 접목시켜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후원하는 브랜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해나가고 있다. 스토어가 직접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젊은 인디 브랜드들인 ‘Electronic Feather’, ‘Creature Of the Wind’와 아티스트들을 연결해 뉴욕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패션위크 기간에 새로운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획일적인 런웨이 패션쇼에서 벗어나 퍼포먼스를 진행하거나 또는 젊은 작가들의 드로잉과 설치미술 전시를 진행했다.
또한 이곳에서는 여러 아티스트들이 작업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주얼리 라인을 매 시즌 스토어의 아트 디렉션과 매치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자신만의 컬렉션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부담을 덜어준다. 한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 액세서리 라인과 주얼리 라인만을 위한 공간을 주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보다 쉽게 스토어와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 경력이 있는 스토어 오너인 ‘마리암’. 이란에서 건너온 이 패션 뮤즈는 자신의 스토어 콘셉트를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패션, 아트, 인테리어, 아이디어, 음악 등 여러 요소들의 하모니가 보여지는 공간에서의 커뮤니티를 유도하고 젊은 디자이너·예술가들과 계속된 친분을 이어간다. 이렇게 완성해 나가는 이곳은 그러한 기회를 찾아 오는 많은 젊은 뉴요커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는 스토어이다.
www.maryamnassirzadeh.com

 
 

LA에서 오랜 기간 바이어로 일한 경험을 살려 뉴욕에 자신의 스토어를 시작한 ‘그렉 아마스’는 매 시즌 작은 빈티지 소품들과 트렌드에 맞는 빈티지 옷들, 그리고 뉴욕과 유럽, 일본에서 온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소개하여 [Assembly New York]만의 자연스러움을 만들었다. 최근 1~2년 사이 미국 남성복 브랜드의 강세에 맞춰 남성복 위주로 시작한 스토어는 현재 선택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여성복과 액세서리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까지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시크’를 추구하는 뉴욕 여성들에게 ‘믹스 앤 매치’ 남성복 스타일을 제시하며 여성 바이어들과 패션 기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Assembly New York]은 지난 시즌부터 스토어와 같은 이름으로 컬렉션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렉은 첫 컬렉션에서 자신만의 빈티지 스타일 룩을 선보였다. 빈티지 옷들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전체적인 콘셉트는 유럽 중세 신사복의 모던 버전이었다. 베이직하며 디테일이 있는 컬렉션의 시작으로 [Assembly New York]은 천천히 마니아를 형성해가고 있다.
[Assembly New York]의 컬렉션은 모더니즘의 유행에 오랜 기간 바이어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어 오너가 새로운 시즌의 틈새 마켓에서의 필요를 읽어 시작될 수 있었다. 오래된 빈티지에서 배울 수 있는 사려 깊은 디테일을 더하는 매커니즘을 시작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가게에서 세일즈한 경험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한 예로는 뉴욕에서 시작해 최근 파리에서 쇼를 보여주고 있는 팀 해밀턴과 같은 디자이너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성공사례는 마켓의 필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뉴욕 패션계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www.assemblynewyork.com

 
 

트위스트되고 유머러스한 모더니즘과 니트웨어 디자인의 특점을 살려 뉴욕 패션인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탐 스캇. 그는 2007년 '쿠퍼 휴이트 뮤지엄 디자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었고, 2008년 F/W Fall Show로 뉴욕의 신인 디자이너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에코 도마니 상'을 받았다. 이후 뉴욕을 기점으로 액세서리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전체 스타일을 제시하는 컬렉션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

탐 스캇은 ‘랄프 로렌’이라는 거대한 패션그룹에서 6년 동안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했다. 텍스타일에서 니트를 전공한 그는, 직접 자신이 생산한 단품 스카프 하나로 뉴욕의 백화점에 입성, 본인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컬렉션 작업을 병행하며 홈-오피스에서 천천히 자신의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소규모로 자신의 컬렉션을 진행할 때 겪는 어려움은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작 단계에서는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찾는 것도 어렵고 판매와 홍보를 담당하는 에이전트들과 일하기도 쉽지 않다. 탐 스캇은 자신과 색깔이 맞는 스타일리스트 ‘Heidee Findlay levin’과 사진작가인 ‘Steven Rose’와 초기 컬렉션부터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며, 자신만의 미니멀하면서도 키치스러운 유머, 고유의 브랜딩이 살아 있는 니트웨어 캐주얼 브랜드를 발전시켰다.

단순히 마켓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이 가진 독창성을 친근함으로 바꾸는 끈기를 가진 탐 스캇. 그는 자신의 이름을 특정한 감성을 가진 가게와 잡지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로 인지시켜 그만의 마니아층을 확대시키고 있다. 그만의 고집스러운 행보는 많은 뉴욕 패션 인사이더들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최근 2010 S/S 시즌에 맞춰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자신만의 스토어 겸 스튜디오 [Tom Scott]을 오픈하고 더 도약적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www.tomscottnyc.com

 
 
글 / 이민영(패션 디자이너)

* FT : New York Downtown Lower East Side’의 Tripper 이민영은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학과 졸업 후 삼성 제일모직 인턴십을 거쳐 코오롱 패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뉴욕으로 건너가 FIT를 졸업하고, 마크 제이콥스에서 트레이닝십을 경험했다. ‘Cooper Hewitt Design Award’ 출신의 마리아 코네요와 니트웨어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탐 스캇의 스튜디오 그리고 2008년 CFDA 상을 받은 로건에서 디자인 경력을 쌓은 그녀는 2010년 S/S 컬렉션을 기점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진행하고 있다.

 


[FF Magazine] Field Trip -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의 것을 재창조하는 거리, Lower East Side


 

뉴욕이라는 곳은 맨해튼이라는 섬에 전 세계에서 자신만의 꿈을 안고 날아온 사람들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신비하면서 에너제틱한 도시이다. 이 도시는 모든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정직한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 혹은 카페에서도 친구나 직업을 찾아 인맥을 만들 수 있고, 진정 자신이 원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확고히 인정받아야 직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잡은 뉴요커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있는, 치열하게 정확한 요구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뉴욕의 패션산업은 지극히 상업적이면서 현재를 반영하고 있는 디자인 감각으로 대표된다. 뉴욕은 오랜 꾸뛰르 전통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 도시 파리·런던·밀라노와 더불어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상업적이고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럭셔리한 5번가와 매디슨가, 잘 다듬어진 감각으로 젊은 상류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미트 팩킹 디스트릭트 거리, 여전히 예술적이지만 이미 글로벌한 브랜드들이 들어서 예전 뉴욕의 젊은 거리의 느낌인 소호와 웨스트 빌리지의 거리, 펑크적 감각으로 뉴욕 대학생들의 룩을 표현하고 있는 이스트 빌리지 지역 등 뉴욕에는 이렇게 다양한 패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Opening Ceremony’가 파티문화와 아티스트, 뮤지션과 디자이너의 협력을 통해서 소호 다운타운 거리의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작년에 도쿄로 진출한 것을 계기로 패션 스토어는 젊은 세대의 문화를 주도하는 키(Key)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감성의 디자인과 예술로 채워지고 있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에서 뉴욕의 새로운 패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상점들이 현존하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라틴계의 사람들이 구성한 커뮤니티에, 차이나타운의 확장을 통한 중국인들의 고유한 문화가 섞여 여러 장르의 디자인과 예술에 관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옷을 중심으로 하는 패션 중심의 스토어보다는 인디 디자이너가 신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그들만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형태의 패션스토어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원류라 할 수 있는 라틴 상점들과 지극히 중국적인 가게들 사이에서 진보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의 큐레이팅을 보여주는 갤러리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 패션숍들과 함께 ‘뉴욕의 Zoo(모든 동물들이 인위적으로 섞여서 만들어내는 동물원의 복잡한 모습을 뉴욕의 풍경에 비유하여 쓰는 표현)’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다.

적은 규모의 '로우 키(Low Key : 극한 대비나 심한 감정을 일으키는, 즉 과장되는 느낌을 배제하여 차분하게 제한된 스타일로 접근하는 형태)'를 추구하는 패션스토어들과 이벤트 및 각종 예술 전시들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공간이다.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오랜 기간 동안 추구하여 그들만의 마켓과 커뮤니티를 형성한 첼시와 소호의 예전 모습처럼 젊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오픈 스페이스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로어 이스트 사이드만의 독특한 트렌드와 스타일이 형성된다. 이러한 문화를 지닌 로어 이스트 사이드는 새로움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는 뉴요커들에게 또 다른 소호, 첼시를 기대하게 하는 흥미로운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는 보다 게릴라적이고 독창적인 전시 기획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갤러리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전시를 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에 반응하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만의 시각적인 표현과 언어를 통해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거리에서 새롭게 브랜드를 시작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디자인 판매 루트를 스스로 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게 패션 스토어들이 증가하는 이 거리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주는 뉴욕에서 현재 가장 성장하고 있는 패션 커뮤니티, 그 자체이다.

 
 
고유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콘셉트로 시즌을 구성하는 [Project no 8.]은 많은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이 창의적인 영감을 받는 특별한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절제되고 감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Project no 8.]은 유명한 디자이너보다는 자신들의 콘셉트에 맞는 디자이너들을 직접 찾고, 선택된 디자이너만을 스토어에 들여 키워낸다. [Project no 8.]이 선택한 가구·보석·패션디자인 분야의 디자이너들은 한두 시즌 동안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지원을 받는다(한두 시즌 짧게 구매하지 않고 오랜 시즌에 걸쳐 구매를 지속한다는 것은 초기 시작 단계에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브랜드를 소신 있게 계속 지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뉴욕에서 시작한 소규모 자본의 인디 브랜드인 ‘Tom Scott’, ‘VPL’, ‘A DATACHER’와 같은 브랜드들이 이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Project no 8.]의 창업자인 ‘브라이언’과 ‘엘리자베스’는 베를린에서 갤러리를 공동으로 운영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알고 지낸 건축가, 페인터 등의 아티스트들이 본업과는 별도로 의류나 가방, 주얼리 라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이 단지 그들만의 소품으로 끝나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껴 [Project no 8.]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작업을 상품화하여 다른 이에게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들이 이 스토어를 시작한 이유다. 패션을 그저 상품만이 아닌, 예술적이고 지속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그들은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뉴욕 패션의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브라이언과 엘리자베스는 자신들이 가진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해 오며 새로운 오픈 공간 형태를 구성했다. 두 창업자는 작업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기보다 목표를 이뤄 나가고자 하는 젊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의 필요를 읽었다. 그 필요를 반영해 [Project no 8.]의 운영목적을 자신의 것을 시작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시작을 계속 다른 스타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에 두었다. 일회성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고자 함이 [Project no 8.]이 지향하는 바다. www.projectno8.com

 
 

거리를 향한 스토어 벽면이 전부 유리로 되어있어 마치 프레임이 있는 사진처럼 보이는 [Maryam Nassir Zadeh] 스토어는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처럼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존재하고 있다. 이곳은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방향을 찾는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많은 뉴요커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 ‘shilla’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러한 레이아웃은 뉴요커들의 즉각적이고도 억지스럽지 않은 반응을 끌어내는 동시에 홍보를 유도하고 있다. 굳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서도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스토어. 떠오르는 젊은 아티스트 그룹인 ‘Confettisystem:’의 설치 미술과 함께 이국적인 텍스타일과 소재를 중심으로 전개한 2009 [Maryam Nassir Zadeh]의 겨울 시즌을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패션 이벤트를 아트 이벤트와 접목시켜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후원하는 브랜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해나가고 있다. 스토어가 직접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젊은 인디 브랜드들인 ‘Electronic Feather’, ‘Creature Of the Wind’와 아티스트들을 연결해 뉴욕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패션위크 기간에 새로운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다. 획일적인 런웨이 패션쇼에서 벗어나 퍼포먼스를 진행하거나 또는 젊은 작가들의 드로잉과 설치미술 전시를 진행했다.
또한 이곳에서는 여러 아티스트들이 작업과 연계해서 진행하는 주얼리 라인을 매 시즌 스토어의 아트 디렉션과 매치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자신만의 컬렉션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부담을 덜어준다. 한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 액세서리 라인과 주얼리 라인만을 위한 공간을 주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보다 쉽게 스토어와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 경력이 있는 스토어 오너인 ‘마리암’. 이란에서 건너온 이 패션 뮤즈는 자신의 스토어 콘셉트를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패션, 아트, 인테리어, 아이디어, 음악 등 여러 요소들의 하모니가 보여지는 공간에서의 커뮤니티를 유도하고 젊은 디자이너·예술가들과 계속된 친분을 이어간다. 이렇게 완성해 나가는 이곳은 그러한 기회를 찾아 오는 많은 젊은 뉴요커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는 스토어이다.
www.maryamnassirzadeh.com

 
 

LA에서 오랜 기간 바이어로 일한 경험을 살려 뉴욕에 자신의 스토어를 시작한 ‘그렉 아마스’는 매 시즌 작은 빈티지 소품들과 트렌드에 맞는 빈티지 옷들, 그리고 뉴욕과 유럽, 일본에서 온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소개하여 [Assembly New York]만의 자연스러움을 만들었다. 최근 1~2년 사이 미국 남성복 브랜드의 강세에 맞춰 남성복 위주로 시작한 스토어는 현재 선택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여성복과 액세서리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까지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시크’를 추구하는 뉴욕 여성들에게 ‘믹스 앤 매치’ 남성복 스타일을 제시하며 여성 바이어들과 패션 기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Assembly New York]은 지난 시즌부터 스토어와 같은 이름으로 컬렉션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렉은 첫 컬렉션에서 자신만의 빈티지 스타일 룩을 선보였다. 빈티지 옷들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전체적인 콘셉트는 유럽 중세 신사복의 모던 버전이었다. 베이직하며 디테일이 있는 컬렉션의 시작으로 [Assembly New York]은 천천히 마니아를 형성해가고 있다.
[Assembly New York]의 컬렉션은 모더니즘의 유행에 오랜 기간 바이어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어 오너가 새로운 시즌의 틈새 마켓에서의 필요를 읽어 시작될 수 있었다. 오래된 빈티지에서 배울 수 있는 사려 깊은 디테일을 더하는 매커니즘을 시작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가게에서 세일즈한 경험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한 예로는 뉴욕에서 시작해 최근 파리에서 쇼를 보여주고 있는 팀 해밀턴과 같은 디자이너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성공사례는 마켓의 필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뉴욕 패션계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www.assemblynewyork.com

 
 

트위스트되고 유머러스한 모더니즘과 니트웨어 디자인의 특점을 살려 뉴욕 패션인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탐 스캇. 그는 2007년 '쿠퍼 휴이트 뮤지엄 디자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었고, 2008년 F/W Fall Show로 뉴욕의 신인 디자이너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에코 도마니 상'을 받았다. 이후 뉴욕을 기점으로 액세서리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전체 스타일을 제시하는 컬렉션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

탐 스캇은 ‘랄프 로렌’이라는 거대한 패션그룹에서 6년 동안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했다. 텍스타일에서 니트를 전공한 그는, 직접 자신이 생산한 단품 스카프 하나로 뉴욕의 백화점에 입성, 본인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컬렉션 작업을 병행하며 홈-오피스에서 천천히 자신의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소규모로 자신의 컬렉션을 진행할 때 겪는 어려움은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작 단계에서는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찾는 것도 어렵고 판매와 홍보를 담당하는 에이전트들과 일하기도 쉽지 않다. 탐 스캇은 자신과 색깔이 맞는 스타일리스트 ‘Heidee Findlay levin’과 사진작가인 ‘Steven Rose’와 초기 컬렉션부터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며, 자신만의 미니멀하면서도 키치스러운 유머, 고유의 브랜딩이 살아 있는 니트웨어 캐주얼 브랜드를 발전시켰다.

단순히 마켓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이 가진 독창성을 친근함으로 바꾸는 끈기를 가진 탐 스캇. 그는 자신의 이름을 특정한 감성을 가진 가게와 잡지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로 인지시켜 그만의 마니아층을 확대시키고 있다. 그만의 고집스러운 행보는 많은 뉴욕 패션 인사이더들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최근 2010 S/S 시즌에 맞춰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자신만의 스토어 겸 스튜디오 [Tom Scott]을 오픈하고 더 도약적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www.tomscottnyc.com

 
 
글 / 이민영(패션 디자이너)

* FT : New York Downtown Lower East Side’의 Tripper 이민영은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학과 졸업 후 삼성 제일모직 인턴십을 거쳐 코오롱 패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뉴욕으로 건너가 FIT를 졸업하고, 마크 제이콥스에서 트레이닝십을 경험했다. ‘Cooper Hewitt Design Award’ 출신의 마리아 코네요와 니트웨어 디자이너로 인정받는 탐 스캇의 스튜디오 그리고 2008년 CFDA 상을 받은 로건에서 디자인 경력을 쌓은 그녀는 2010년 S/S 컬렉션을 기점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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