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토크人] 하나보다 둘, 둘보다 하나. '로와정' 인터뷰
- 10.08.10 / 이나래
'로와정'은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입체미술을 전공한 노윤희(미술00)와 정현석(미술00)작가의 이름이다. '로와정'은 작가 활동 초기부터 현재까지 <관계>를 주제로 삼아 드로잉,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고 있으며, 본인들만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으로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 ‘로와정’을 알았을 때, 두 분이 속해 있는 한 팀 일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 사람의 예명인 줄 알았습니다.
: 네, 그렇게 봐주셨으면 하고 만든 이름이예요. ‘로와정’ 하면 ‘정’이라는 성을 가진 ‘로와’ 라는 이름을 가진 한사람의 작가로 생각하시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며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름을 쓸 때는 ‘로와정’, 영문으로도 'RohwaJeong' 이렇게 붙여서 쓰고 있어요. 사실 로와정은 노윤희의 ‘로’라는 성과 정현석의 ‘정’ 이라는 성을 결합해서 만든 작가 이름이기도 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작업 활동을 하면서 각자의 진짜 이름이 오고간 적이 거의 없네요(웃음). 항상 저희 스스로를 소개할 때, “이 친구를 부를 때도, 저를 부를 때도 그냥 ‘로와정’ 이라고 불러 주시면 되요.”라고 버릇처럼 말하니까요. 물론 간혹 본명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는 알려드려요. 뭐 비밀은 아니니까요...
두 분이 같이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 음... 저희는 같이 작업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둔 적이 없어요. 두 사람이 같이 작업하는 것이 특이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저희에게 같이 작업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시는 것은, 일반적인 작가에게 혼자 작업하는 거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시는 것과 같은 문제인 것 같아요.
2008년 ‘별책부록展’에서 <결혼>을 모티브로 한 몇몇 작품을 봤는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뻥튀기 과자로 만든 결혼 예물이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최근 전시에서 팬티로 만든 별 모양의 작품을 봤었는데, 주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사용하여 전혀 다른 이미지로 해석한다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 작품의 제목은 ‘밤마다 행복했으면...’ 이에요. 저희가 작품을 통해서 '관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데요, 한편으로 작가와 그의 일상 그리고 작업(작품을 만드는 직접적인 행위)과의 관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일상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죠. 어디까지가 일상이고 어디까지가 일상이 아닌지는 구분 짓기가 어려워요. 그 구분의 지점을 찾아내는 건 어렵기는 해도 참 흥미로운 거 같아요. 사실 그 지점은 매우 순간적이고 유동적이거든요. 비가 오는 날마다 장화를 준비하는 사람이, 때로는 장화 대신 감성적인 음악을 들고 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저희에게 있어서 그 ‘지점’을 찾아내는 순간은 우리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요즘 접하게 되는 미술 작품들은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되어 너무 난해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로와정'의 작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난해하지도, 어렵지도 않아서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렇게 느끼시는 건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가 많이 유연해져서 더욱 그렇다고 봐요. 가끔씩 미술을 전공하시지 않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희보다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지신 분들을 많다는 것을 느껴요. 참 기분 좋은 일이고, 동시에 많이 반성하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죠. 저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이나 깊이가 일반 사람들보다 더 깊을 거라는 착각을 하기 쉬운 거 같아요. 하여간 요즘 저희가 작업이 좀 어렵다는 말을 들어서, 저희 작업이 난해하지 않다는 말씀은 정말 좋네요. 동시에 작품의 이해도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구요.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나요?
: 아이디어는 둘 중에 한 명이 먼저 제안을 해요.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니까 공유 자체가 불가능해요. 하지만 소스가 괜찮다 싶으면 그 후의 공정은 항상 공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죠. 저희는 특히 작업을 시각화하기 전에 회의하는 과정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요, 보통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데 드는 모든 공정 중 60~70%를 차지합니다. 그 회의가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릴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조급해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오래 고민한 작품은 저희가 의도하지 않아도 저희가 모르는 깊숙한 부분을 드러내주거든요.
구상이 끝났다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 저희는 작업의 모든 공정을 항상 함께 합니다. 이것은 저희가 로와정으로 활동 하면서 계속 고수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어떠한 부분이던지 한사람의 손만으로 만들어진 작업은 절대 로와정의 작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예요. 좀 비효율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이때까지 저희의 생활을 보면 실제로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저희 작업 중에<Room #25's garden>이라는 작업이 있는데요, 작년 독일의 Schloss Balmoral 이라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만든 작품이에요. 당시 조용한 독일 시골마을을 배회하며 흥미롭게 봤던 꽃과 나무, 풀들을 스튜디오 내에 비치되어 있던 Sofa-bed 위에 실로 드로잉 한 작품이었어요. 근데 ‘정’이 실과 바늘을 다뤄본 적이 별로 없어서, ‘로’가 일일이 스킬을 가르쳐가며 작업을 했어요. 당시 레지던스에서 열릴 개인전 때문에 작업을 분업해서 하면 더 효율적이고 덜 힘들었을 텐데, 저희는 원래 저희의 생각대로 임했어요. 하지만 그건 단지 처음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고집을 부린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로와정의 작업이 되기 때문이었어요. 즉 한 사람의 입김이나 수고가 너무 많이 들어간 작품은 그렇지 않은 다른 한 사람의 애정을 별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럼 그 작업은 표면상으로는 로와정의 작업이지만, 저희가 느끼기에는 로와정의 작품이 아닌 거죠. 그래서 떨어져나간 ‘로’ 와 ‘정’의 작업이 꽤 많아요(웃음).
작업을 함에 있어서 한 방식만 고수하는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드로잉,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쓰는 것 같은데...
: 저희 생각으로는 항상 그 작품에 어울리는 매체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 작품이 그 매체로 만들어져야만 하는 이유에 대하여 항상 고민해야 하구요. 초기 저희 작업이 디지털을 이용한 드로잉 시리즈였어요. 다른 작가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매체를 미리 정하고 작업을 하니까 작업의 모든 경계가 너무 협소하다고 느껴졌어요. 이건 너무 억지가 아닌가 하고 느끼는 순간 자연스럽게 다른 매체에 눈을 돌렸어요. 그렇게 하니까 작업이 좀 편안해졌어요. 하고 싶은 얘기, 해야 하는 얘기도 더 늘었구요. 하지만 힘든 점도 많아요. 저희처럼 여러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의 똑같은 고충이 아닐까 싶은데,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매체에 있어 주특기가 있는 작가에 비해 그만큼 적다는 게 단점인 것 같아요.
작업은 주관이 상당히 많이 개입되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작업 과정에 있어서 견해에 대한 차이나 대립으로 싸울 때는 없는지...
: 싸워요. (웃음) 저희에게 싸움은 서로를 이해하고 작업에 임하는 과정 중에 하나예요. 아이러니하게 들리시겠지만, 저희에게 싸움은 꼭 필요한 부분이죠. 그러다보니 저희의 싸움은 일반적인 싸움의 행태와는 조금 달라요. 언성이 높아지고 격해지는 싸움이 아니고, 상대방을 납득시키기 위한 낮은 톤의 말싸움이 대다수죠. 그러한 싸움의 과정을 통해서도 견해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때는 서로 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져요. 1박 2일이나 2박 3일 정도. 저희는 이러한 생활을 특별히 싸우지 않았을 경우에도 종종 한 달에 한번 정도 가져요. 느슨해졌다든지,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때가 있잖아요. 떨어져있으면서 우리가 논쟁을 벌였던 부분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죠. 냉정이 가져다주는 시각은 가끔 정서적으로도 따뜻해요.
그렇다면 작업 이외의 시간, 여가 시간은 무얼 하며 보내시나요?
: 우리는 작업하는 시간과 작업 이외의 시간이 나뉘어져 있질 않아요. 대부분의 작가들이 보통 하루에 작업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노력했었어요. 그런데 모든 일에는 성향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작업을 하다 생활이나 여가를 갖기도 하고, 반대로 생활이나 취미생활을 하다 갑자기 작업 모드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작가와 일상 그리고 작업(작품을 만드는 직접적인 행위)과의 관계에 대하여 관심이 생긴 거 같아요. 저희가 일정한 계획안에서 작업을 했다면 이런 소스가 나오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가끔 여가 시간에는 작업을 하고, 작업하는 시간에는 여가생활을 한다고 하면 대답이 될까요? (웃음) 이런 분리되지 않은 생활이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앞으로 있을 전시 계획 소개 해주세요.
: 서울과 인천 등에서 단체전 몇 개가 잡혀 있고요, 10월에는 독일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3개월간 Schloss Pluschow 라는 곳에 초청이 되었는데요, 내년 초에 다시 귀국해서 서울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 입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뻔하지만) 작가로서의 포부.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 말씀대로 너무 뻔하기도 하지만 너무 어려운 질문이예요. 그냥 이제껏 해온 대로 재미나게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국민토크人] 하나보다 둘, 둘보다 하나. '로와정' 인터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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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와정'은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입체미술을 전공한 노윤희(미술00)와 정현석(미술00)작가의 이름이다. '로와정'은 작가 활동 초기부터 현재까지 <관계>를 주제로 삼아 드로잉,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고 있으며, 본인들만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으로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 ‘로와정’을 알았을 때, 두 분이 속해 있는 한 팀 일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 사람의 예명인 줄 알았습니다. : 네, 그렇게 봐주셨으면 하고 만든 이름이예요. ‘로와정’ 하면 ‘정’이라는 성을 가진 ‘로와’ 라는 이름을 가진 한사람의 작가로 생각하시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며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름을 쓸 때는 ‘로와정’, 영문으로도 'RohwaJeong' 이렇게 붙여서 쓰고 있어요. 사실 로와정은 노윤희의 ‘로’라는 성과 정현석의 ‘정’ 이라는 성을 결합해서 만든 작가 이름이기도 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작업 활동을 하면서 각자의 진짜 이름이 오고간 적이 거의 없네요(웃음). 항상 저희 스스로를 소개할 때, “이 친구를 부를 때도, 저를 부를 때도 그냥 ‘로와정’ 이라고 불러 주시면 되요.”라고 버릇처럼 말하니까요. 물론 간혹 본명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는 알려드려요. 뭐 비밀은 아니니까요...
두 분이 같이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 음... 저희는 같이 작업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둔 적이 없어요. 두 사람이 같이 작업하는 것이 특이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저희에게 같이 작업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시는 것은, 일반적인 작가에게 혼자 작업하는 거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시는 것과 같은 문제인 것 같아요.
2008년 ‘별책부록展’에서 <결혼>을 모티브로 한 몇몇 작품을 봤는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뻥튀기 과자로 만든 결혼 예물이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최근 전시에서 팬티로 만든 별 모양의 작품을 봤었는데, 주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사용하여 전혀 다른 이미지로 해석한다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 작품의 제목은 ‘밤마다 행복했으면...’ 이에요. 저희가 작품을 통해서 '관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데요, 한편으로 작가와 그의 일상 그리고 작업(작품을 만드는 직접적인 행위)과의 관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일상이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죠. 어디까지가 일상이고 어디까지가 일상이 아닌지는 구분 짓기가 어려워요. 그 구분의 지점을 찾아내는 건 어렵기는 해도 참 흥미로운 거 같아요. 사실 그 지점은 매우 순간적이고 유동적이거든요. 비가 오는 날마다 장화를 준비하는 사람이, 때로는 장화 대신 감성적인 음악을 들고 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저희에게 있어서 그 ‘지점’을 찾아내는 순간은 우리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요즘 접하게 되는 미술 작품들은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되어 너무 난해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로와정'의 작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난해하지도, 어렵지도 않아서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렇게 느끼시는 건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가 많이 유연해져서 더욱 그렇다고 봐요. 가끔씩 미술을 전공하시지 않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희보다 더 유연한 사고를 가지신 분들을 많다는 것을 느껴요. 참 기분 좋은 일이고, 동시에 많이 반성하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죠. 저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이나 깊이가 일반 사람들보다 더 깊을 거라는 착각을 하기 쉬운 거 같아요. 하여간 요즘 저희가 작업이 좀 어렵다는 말을 들어서, 저희 작업이 난해하지 않다는 말씀은 정말 좋네요. 동시에 작품의 이해도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구요.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나요? : 아이디어는 둘 중에 한 명이 먼저 제안을 해요.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니까 공유 자체가 불가능해요. 하지만 소스가 괜찮다 싶으면 그 후의 공정은 항상 공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죠. 저희는 특히 작업을 시각화하기 전에 회의하는 과정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요, 보통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데 드는 모든 공정 중 60~70%를 차지합니다. 그 회의가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릴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조급해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오래 고민한 작품은 저희가 의도하지 않아도 저희가 모르는 깊숙한 부분을 드러내주거든요. 구상이 끝났다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 저희는 작업의 모든 공정을 항상 함께 합니다. 이것은 저희가 로와정으로 활동 하면서 계속 고수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어떠한 부분이던지 한사람의 손만으로 만들어진 작업은 절대 로와정의 작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예요. 좀 비효율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이때까지 저희의 생활을 보면 실제로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저희 작업 중에<Room #25's garden>이라는 작업이 있는데요, 작년 독일의 Schloss Balmoral 이라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만든 작품이에요. 당시 조용한 독일 시골마을을 배회하며 흥미롭게 봤던 꽃과 나무, 풀들을 스튜디오 내에 비치되어 있던 Sofa-bed 위에 실로 드로잉 한 작품이었어요. 근데 ‘정’이 실과 바늘을 다뤄본 적이 별로 없어서, ‘로’가 일일이 스킬을 가르쳐가며 작업을 했어요. 당시 레지던스에서 열릴 개인전 때문에 작업을 분업해서 하면 더 효율적이고 덜 힘들었을 텐데, 저희는 원래 저희의 생각대로 임했어요. 하지만 그건 단지 처음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고집을 부린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로와정의 작업이 되기 때문이었어요. 즉 한 사람의 입김이나 수고가 너무 많이 들어간 작품은 그렇지 않은 다른 한 사람의 애정을 별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럼 그 작업은 표면상으로는 로와정의 작업이지만, 저희가 느끼기에는 로와정의 작품이 아닌 거죠. 그래서 떨어져나간 ‘로’ 와 ‘정’의 작업이 꽤 많아요(웃음).
작업을 함에 있어서 한 방식만 고수하는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드로잉,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쓰는 것 같은데... : 저희 생각으로는 항상 그 작품에 어울리는 매체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 작품이 그 매체로 만들어져야만 하는 이유에 대하여 항상 고민해야 하구요. 초기 저희 작업이 디지털을 이용한 드로잉 시리즈였어요. 다른 작가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매체를 미리 정하고 작업을 하니까 작업의 모든 경계가 너무 협소하다고 느껴졌어요. 이건 너무 억지가 아닌가 하고 느끼는 순간 자연스럽게 다른 매체에 눈을 돌렸어요. 그렇게 하니까 작업이 좀 편안해졌어요. 하고 싶은 얘기, 해야 하는 얘기도 더 늘었구요. 하지만 힘든 점도 많아요. 저희처럼 여러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의 똑같은 고충이 아닐까 싶은데,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회가 매체에 있어 주특기가 있는 작가에 비해 그만큼 적다는 게 단점인 것 같아요. 작업은 주관이 상당히 많이 개입되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작업 과정에 있어서 견해에 대한 차이나 대립으로 싸울 때는 없는지... : 싸워요. (웃음) 저희에게 싸움은 서로를 이해하고 작업에 임하는 과정 중에 하나예요. 아이러니하게 들리시겠지만, 저희에게 싸움은 꼭 필요한 부분이죠. 그러다보니 저희의 싸움은 일반적인 싸움의 행태와는 조금 달라요. 언성이 높아지고 격해지는 싸움이 아니고, 상대방을 납득시키기 위한 낮은 톤의 말싸움이 대다수죠. 그러한 싸움의 과정을 통해서도 견해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때는 서로 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져요. 1박 2일이나 2박 3일 정도. 저희는 이러한 생활을 특별히 싸우지 않았을 경우에도 종종 한 달에 한번 정도 가져요. 느슨해졌다든지,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때가 있잖아요. 떨어져있으면서 우리가 논쟁을 벌였던 부분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죠. 냉정이 가져다주는 시각은 가끔 정서적으로도 따뜻해요. 그렇다면 작업 이외의 시간, 여가 시간은 무얼 하며 보내시나요? : 우리는 작업하는 시간과 작업 이외의 시간이 나뉘어져 있질 않아요. 대부분의 작가들이 보통 하루에 작업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노력했었어요. 그런데 모든 일에는 성향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는 작업을 하다 생활이나 여가를 갖기도 하고, 반대로 생활이나 취미생활을 하다 갑자기 작업 모드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작가와 일상 그리고 작업(작품을 만드는 직접적인 행위)과의 관계에 대하여 관심이 생긴 거 같아요. 저희가 일정한 계획안에서 작업을 했다면 이런 소스가 나오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가끔 여가 시간에는 작업을 하고, 작업하는 시간에는 여가생활을 한다고 하면 대답이 될까요? (웃음) 이런 분리되지 않은 생활이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앞으로 있을 전시 계획 소개 해주세요. : 서울과 인천 등에서 단체전 몇 개가 잡혀 있고요, 10월에는 독일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3개월간 Schloss Pluschow 라는 곳에 초청이 되었는데요, 내년 초에 다시 귀국해서 서울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 입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뻔하지만) 작가로서의 포부.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 말씀대로 너무 뻔하기도 하지만 너무 어려운 질문이예요. 그냥 이제껏 해온 대로 재미나게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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