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두 바퀴, 두 다리, 네 다리의 텐트로 완주한 전국일주
- 16.02.17 / 문지원
전국 일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전국 일주’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뭔가 세계 일주보다는 현실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해보지 않겠어?”라며 항상 뭔가 애매한 답변을 내놓게 되는 그런 것? 특히나 요즘 많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해외여행이 뜨거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 국내를 여행한다는 것이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마 이번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 국내여행에 대한 색다른 욕구가 샘솟게 될 것이다. 바로 성민서의 오토바이로 완주한 전국 일주 여행담이다. 이 청춘 여행기를 들으며 당신은 해외여행과는 차별되는 국내여행만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두 바퀴, 두 다리, 네 다리의 텐트로 완주한 성민서의 청춘 여행 이야기에 빠져보자.
오토바이 한 대로 전국 일주를 하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어떤 계기로 세우시게 된 거예요?
음.. 제일 처음 계기라고 할 수 있는 건 2010년에 국민대장정을 다녀온 거인 것 같아요. 그때 12박 13일 동안 대장정을 다녀온 이후부터 국내여행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건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사실 이 계획이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게 아니고 되게 즉흥적인 계획이었어요. 2016년에 복학하기 전에 막연히 어디든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확 떠나버리게 된 거죠.
어떻게 그렇게 바로 마음을 먹고 여행을 떠날 수가 있었어요? 전국 일주라는 게 그렇게 만만하게 볼 여행을 아니었을 텐데요.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주변 걱정도 정말 많았고, 날씨도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되게 추웠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않게 되면 복학하고 나서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을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이 더 약해지기 전에 빨리 떠나야겠다 싶어서 바로 지도 한 장에 코스를 딱 그리고 3, 4일 만에 떠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 시기에 마침 새로운 오토바이로 바꿨을 때라 더 주저 없이 떠날 수 있었어요. 원래 타던 오토바이보다 성능도 더 좋고, 더 큰 오토바이였거든요. 그리고 국내여행은 전에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국내여행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었기도 했구요. “발 닿는 곳에서 해가 지면 거기서 잠을 자자!”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던 거 같아요.(웃음)
원래 오토바이를 자주 타고 다니셨나 봐요!
네, 평소에도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가끔 바다 한 번씩 보러 가고 했어요. 오토바이 여행을 다니면서 가지게 된 꿈이 오토바이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거였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꿩 대신 닭 격으로 전국 일주를 하게 된 거라고 볼 수도 있죠.(웃음)
언제부터 오토바이를 좋아하시게 된 거예요?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좋아하셨어서 어릴 때부터 자주 태워주시곤 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따라 오토바이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거 같아요. 오토바이를 제대로 타기 시작한 건 제대하고 나서부터예요. 지금은 직접 정비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전국 일주를 떠났을 때에도 정비 세트 공구통을 들고 갔어요.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건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정말 엄청난 매력이 있어요! 자동차나 버스와는 다르게 오토바이를 타야만 느낄 수 있는 오토바이만의 느낌이 있어요. 유리창 없이 바람을 직접 맞으면서 느끼는 자유로움도 그중 하나예요.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자동차 같은 경우는 주차할 때도 공간의 한계가 있는데 오토바이는 내가 원하는 어디 곳에서든지 세워 놓고 그곳의 경치를 감상할 수가 있어요.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건 여행지에 도착해서 그곳을 둘러보는 것만이 여행이 되는 게 아니라 가는 중간, 중간이 모두 여행이 돼요.
그렇게 설명해주시니 저도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져요.(웃음) 그런데 그런 낭만적인 오토바이 여행의 묘미 뒤에도 위험한 부분들이 정말 많지 않나요?
사실 위험한 부분도 정말 많죠. 그래서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구요. 오토바이는 바퀴가 앞뒤로 두 개밖에 없다 보니까 노면 상태에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아요. 그래서 흙, 물, 얼음이 길 위에 조금만 있어도 미끄러지기가 쉬워요. 그리고 특히나 국내 여행을 할 때는 국도로 달릴 때도 많은데, 국도는 노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조심하며 타야 돼요. 국도로 달리는 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즐거움이지만 그만큼 정말 위험하기도 해요. 저도 여행을 하면서 강원도에서 한번 넘어질 뻔한 적이 있어요. 오토바이 여행을 할 때는 운전하는 내내 조심해야 해요.
조심히 안전하게 운전하셔서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웃음) 그러면 아까 큰 루트를 짜고 곧바로 여행을 떠나셨다고 했는데 처음에 계획했던 전국 일주 루트는 뭐였어요?
먼저 기간을 최대 2주로 잡고 계획을 짰어요. 실제로 여행은 열흘 동안 했지만 이틀은 눈 때문에 발이 묶여서 8일 만에 돌았어요. 처음 계획을 짰을 때에는 둘레만 도는 큰 그림이었는데 내륙도 많이 돌아보고 싶어서 여행을 하면서 도중에 루트가 많이 바뀌었어요. 모래시계 모양처럼? 그리고 보통 서울에서 출발하면 반시계 방향으로 밑으로 가면서 여행을 하는데 저는 다르게 시계 방향으로 돌았어요. 시계 방향으로 돈 이유가 눈 때문이었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기예보에서 강원도에 계속 눈이 내릴 예정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눈 오기 전에 빨리 지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정말 복불복이었는데 여행을 끝나고 나서는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반시계로 돌았다면 폭설 때문에 그쪽을 지나가지 못 했을 거예요.
근데 그래도 날씨 말고도 다른 여러 변수들 때문에 계획했던 일정대로 여행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어땠어요?
네.. 정말 단 하루라도 마음먹은 대로 온전히 된 게 하나도 없었어요.(씁쓸한 웃음) 제가 주로 바닷가 쪽으로 돌다 보니까 파도가 너무 높아서 여행하면서 도로 중간에 막힌 구간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니까 그날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니까 루트가 바뀌는 거죠. 그리고 하루는 정동진에서 1박을 하면서 텐트 치고 자려고 하는데 파도가 높아서 해수욕장이 아예 잠기기도 했구요. 이런 여행의 변수들이 너무 많았어요. 물론 제가 잡은 여행 컨셉이 발이 닿는 대로 가고, 이끌리는 대로 가는 거였지만 당장 도로는 잠겼고 도무지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는 진짜 어떻게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나 싶었는데 지금은 다 추억이죠.(밝은 웃음)
근데 왜 하필이면 텐트에서 숙박하기로 하셨어요? 별다른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여행 중에 텐트를 치고 잤던 건 4박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웹툰이 있는데 그게 바이크, 오토바이 웹툰 ‘로딩(Loading)’이에요. 웹툰에서 주인공이 가장 마지막 목적지인 벌천포 해수욕장에 가서 텐트 치고 묵는 장면이 묘사가 되어 있는데 그 장면이 환상처럼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텐트를 가져간 가장 큰 이유가 벌천포 때문인데 벌천포에서 말고도 실제로 텐트 덕을 되게 많이 봤어요. 호미곶에서도 텐트를 쳤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텐트를 쳤었거든요.
안 추웠어요..?
사실 가져간 텐트가 그늘막 텐트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무모했죠. 그래도 헤비급 침낭을 가져가서 나름 따듯했고, 핫팩도 되게 많이 챙겨갔어요. 그래서 텐트에서 잘 때면 몸 곳곳에 붙이고 잤어요. 역시 잠은 지붕 아래서 자야 된다고 약한 텐트지만 저한테는 벽돌집같이 진짜 든든한 집이었어요.(만족스러운 웃음)
혼자 전국 일주를 하면서 외롭지는 않았나요?
여행 초반에는 조금 외롭긴 했어요.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온 길이 얼마 안 되니까 방향 돌려서 조금만 가도 집에 갈 수 있으니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오토바이에 ‘전국 일주’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여행을 시작했거든요. 여행을 하면서 지나가다가 저를 본 사람들이 그 종이를 보고 관심을 갖고, 말도 걸어주시기도 하고, 응원도 해주시니까 힘도 나고 외롭지도 않더라고요. 식당 아주머니께서 주차비를 안 받으시기도 하고, 세워져 있는 제 오토바이 사진을 찍어 가시기도 하고, 주변 지나가시는 분들이 정말 하루에 대여섯 번씩 말을 걸어주시고 많게는 15번 정도까지도 말 걸어주시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응원들을 받는 게 정말 즐겁고 관심을 가져주니까 외롭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구요.
여행하면서 겪은 많은 순간들 중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특정한 순간이 있나요?
여행 첫날에 진짜 죽을 뻔한 거요.. 정말 그때 너무 추워서 이성을 잃었어요. 정말 그렇게 추울 줄 몰랐어요. 그때 설악산 미시령 고개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고개를 넘기 전 설악이 다가오는 순간부터 고난의 시작이었어요.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군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그 정도 추위였어요. 맨손으로 혹한기에 유격체조할 때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었어요.. 시속 130km로 달리는데 너무 추워서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거예요. 잠깐 오토바이를 멈춰 세워서 배기구에 손을 갖다 댔어요. 배기구에 ‘굉장히 뜨거우니 주의하시오’라는 문구가 붙어있을 정도로 뜨거운데 추위를 견딜 수가 없어서 손을 댄 거예요. 근데 순간 타는 냄새를 맡고 이성을 차린 거죠. 네 맞아요. 장갑이 탄 거였어요. 다행히 손에 화상은 입지 않았지만 하나뿐인 장갑에 구멍이 뚫려서 강추위에 설상가상의 상황이 된 거죠. 진짜 모든 여행 일정을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일단 보이는 데까지는 가야겠다 싶어서 10분 정도를 달리니까 백운계곡 주차장이 보이더라고요. 배는 고프 지도 않았는데 그냥 눈앞에 보이는 김밥집으로 들어가서 라면부터 달라고 했어요. 아마 오후 2, 3시쯤 됐던 거 같아요. 라면이 나오고 라면을 먹지도 않고 손을 대고 있었어요. 근데 거기 아주머니가 되게 불쌍해 보였나 봐요. 그래서 아주머니랑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게 비닐장갑을 끼는 거였어요. 아주머니가 비닐을 사이에 끼면 찬 바람이 스미지 않을 거라고 하시면서 네, 다섯 장을 빌려주셨는데 그렇게 끼니까 그래도 따듯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날은 정말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말하는 것만 전해 들어도 정말 추웠을 거 같아요.. 그런데 성민서 씨는 왜 국내여행을 주로 다니시는 건가요? 그러니까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여행을 국내여행보다 선호하곤 하잖아요?
저는 국내여행을 정말 강력하게 추천해요. 예전에 누가 우리나라는 뭔가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진짜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도 둘러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은데 시간이 많이 없어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우리나라에도 해외 못지않게 좋은 곳도 너무 많고 볼 데가 정말 많아요. 뭔가 외국은 지금이어야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국내는 언제든지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지금 대학생들도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 바다도 장소마다 파도 높이, 물의 색깔, 장소의 느낌과 분위기가 천차만별이거든요. 5분씩 옮겨갈 때마다 색다른 바다들이 계속 나타났어요. 우리나라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보면 너무나 좋은 여행지가 정말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국내여행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곳 중 이곳은 정말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을 꼽아주시겠어요!
두 곳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간절곶이랑 벌천포 해수욕장이요. 그냥 너무 예뻤던 곳이 간절곶이었어요. 간절곶은 실제로 영화 촬영지로도 되게 유명한 곳인데, 되게 큰 풍차도 있고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마을도 있어요. 넓은 잔디밭에. 풍차, 석상, 건물, 바다 뷰 하나하나 빠질 것 없이 예쁜 풍경화 같은 곳이에요. 그리고 벌천포 해수욕장은 정말 환상적인 자연을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인 거 같아요. 정말 벌천포에서는 텐트에 누워서 자는 걸 추천해요. 파도소리가 정말 기분 좋게 들리고, 야경도 되게 예쁘고요. 온돌 해변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벌천포는 지금도 사진만 봐도 너무 좋은 곳이에요.
이 기사를 위해 성민서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주한 그의 표정과 눈빛, 자신의 여행 일화를 들려주며 자연스레 나오는 손짓들,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올라가는 입꼬리에서 참 많은 것이 느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하며 느끼는 바람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기분, 각기 다른 바다의 높이를 눈대중으로 재며 수평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 벌천포 자갈 해변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고요한 적막 속에서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들을 감상하는 모습.. 이런 것이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자아내는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국내 여행의 특유한 매력과 분위기를 즐기며 여행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많은 국민*인들도 해외여행도 해외여행이지만 국내 여행의 묘미를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성민서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alstj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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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일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전국 일주’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뭔가 세계 일주보다는 현실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해보지 않겠어?”라며 항상 뭔가 애매한 답변을 내놓게 되는 그런 것? 특히나 요즘 많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해외여행이 뜨거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 국내를 여행한다는 것이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마 이번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 국내여행에 대한 색다른 욕구가 샘솟게 될 것이다. 바로 성민서의 오토바이로 완주한 전국 일주 여행담이다. 이 청춘 여행기를 들으며 당신은 해외여행과는 차별되는 국내여행만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두 바퀴, 두 다리, 네 다리의 텐트로 완주한 성민서의 청춘 여행 이야기에 빠져보자.
오토바이 한 대로 전국 일주를 하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어떤 계기로 세우시게 된 거예요? 음.. 제일 처음 계기라고 할 수 있는 건 2010년에 국민대장정을 다녀온 거인 것 같아요. 그때 12박 13일 동안 대장정을 다녀온 이후부터 국내여행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건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사실 이 계획이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게 아니고 되게 즉흥적인 계획이었어요. 2016년에 복학하기 전에 막연히 어디든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확 떠나버리게 된 거죠. 어떻게 그렇게 바로 마음을 먹고 여행을 떠날 수가 있었어요? 전국 일주라는 게 그렇게 만만하게 볼 여행을 아니었을 텐데요.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주변 걱정도 정말 많았고, 날씨도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되게 추웠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않게 되면 복학하고 나서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을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이 더 약해지기 전에 빨리 떠나야겠다 싶어서 바로 지도 한 장에 코스를 딱 그리고 3, 4일 만에 떠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 시기에 마침 새로운 오토바이로 바꿨을 때라 더 주저 없이 떠날 수 있었어요. 원래 타던 오토바이보다 성능도 더 좋고, 더 큰 오토바이였거든요. 그리고 국내여행은 전에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국내여행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었기도 했구요. “발 닿는 곳에서 해가 지면 거기서 잠을 자자!”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던 거 같아요.(웃음)
원래 오토바이를 자주 타고 다니셨나 봐요! 네, 평소에도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가끔 바다 한 번씩 보러 가고 했어요. 오토바이 여행을 다니면서 가지게 된 꿈이 오토바이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거였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꿩 대신 닭 격으로 전국 일주를 하게 된 거라고 볼 수도 있죠.(웃음) 언제부터 오토바이를 좋아하시게 된 거예요?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좋아하셨어서 어릴 때부터 자주 태워주시곤 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따라 오토바이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거 같아요. 오토바이를 제대로 타기 시작한 건 제대하고 나서부터예요. 지금은 직접 정비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전국 일주를 떠났을 때에도 정비 세트 공구통을 들고 갔어요.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건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정말 엄청난 매력이 있어요! 자동차나 버스와는 다르게 오토바이를 타야만 느낄 수 있는 오토바이만의 느낌이 있어요. 유리창 없이 바람을 직접 맞으면서 느끼는 자유로움도 그중 하나예요.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자동차 같은 경우는 주차할 때도 공간의 한계가 있는데 오토바이는 내가 원하는 어디 곳에서든지 세워 놓고 그곳의 경치를 감상할 수가 있어요.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건 여행지에 도착해서 그곳을 둘러보는 것만이 여행이 되는 게 아니라 가는 중간, 중간이 모두 여행이 돼요. 그렇게 설명해주시니 저도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져요.(웃음) 그런데 그런 낭만적인 오토바이 여행의 묘미 뒤에도 위험한 부분들이 정말 많지 않나요? 사실 위험한 부분도 정말 많죠. 그래서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구요. 오토바이는 바퀴가 앞뒤로 두 개밖에 없다 보니까 노면 상태에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아요. 그래서 흙, 물, 얼음이 길 위에 조금만 있어도 미끄러지기가 쉬워요. 그리고 특히나 국내 여행을 할 때는 국도로 달릴 때도 많은데, 국도는 노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조심하며 타야 돼요. 국도로 달리는 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즐거움이지만 그만큼 정말 위험하기도 해요. 저도 여행을 하면서 강원도에서 한번 넘어질 뻔한 적이 있어요. 오토바이 여행을 할 때는 운전하는 내내 조심해야 해요. 조심히 안전하게 운전하셔서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웃음) 그러면 아까 큰 루트를 짜고 곧바로 여행을 떠나셨다고 했는데 처음에 계획했던 전국 일주 루트는 뭐였어요? 먼저 기간을 최대 2주로 잡고 계획을 짰어요. 실제로 여행은 열흘 동안 했지만 이틀은 눈 때문에 발이 묶여서 8일 만에 돌았어요. 처음 계획을 짰을 때에는 둘레만 도는 큰 그림이었는데 내륙도 많이 돌아보고 싶어서 여행을 하면서 도중에 루트가 많이 바뀌었어요. 모래시계 모양처럼? 그리고 보통 서울에서 출발하면 반시계 방향으로 밑으로 가면서 여행을 하는데 저는 다르게 시계 방향으로 돌았어요. 시계 방향으로 돈 이유가 눈 때문이었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기예보에서 강원도에 계속 눈이 내릴 예정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눈 오기 전에 빨리 지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정말 복불복이었는데 여행을 끝나고 나서는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반시계로 돌았다면 폭설 때문에 그쪽을 지나가지 못 했을 거예요.
근데 그래도 날씨 말고도 다른 여러 변수들 때문에 계획했던 일정대로 여행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어땠어요? 네.. 정말 단 하루라도 마음먹은 대로 온전히 된 게 하나도 없었어요.(씁쓸한 웃음) 제가 주로 바닷가 쪽으로 돌다 보니까 파도가 너무 높아서 여행하면서 도로 중간에 막힌 구간이 정말 많았어요.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니까 그날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니까 루트가 바뀌는 거죠. 그리고 하루는 정동진에서 1박을 하면서 텐트 치고 자려고 하는데 파도가 높아서 해수욕장이 아예 잠기기도 했구요. 이런 여행의 변수들이 너무 많았어요. 물론 제가 잡은 여행 컨셉이 발이 닿는 대로 가고, 이끌리는 대로 가는 거였지만 당장 도로는 잠겼고 도무지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는 진짜 어떻게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나 싶었는데 지금은 다 추억이죠.(밝은 웃음)
근데 왜 하필이면 텐트에서 숙박하기로 하셨어요? 별다른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여행 중에 텐트를 치고 잤던 건 4박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웹툰이 있는데 그게 바이크, 오토바이 웹툰 ‘로딩(Loading)’이에요. 웹툰에서 주인공이 가장 마지막 목적지인 벌천포 해수욕장에 가서 텐트 치고 묵는 장면이 묘사가 되어 있는데 그 장면이 환상처럼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텐트를 가져간 가장 큰 이유가 벌천포 때문인데 벌천포에서 말고도 실제로 텐트 덕을 되게 많이 봤어요. 호미곶에서도 텐트를 쳤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텐트를 쳤었거든요. 안 추웠어요..? 사실 가져간 텐트가 그늘막 텐트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무모했죠. 그래도 헤비급 침낭을 가져가서 나름 따듯했고, 핫팩도 되게 많이 챙겨갔어요. 그래서 텐트에서 잘 때면 몸 곳곳에 붙이고 잤어요. 역시 잠은 지붕 아래서 자야 된다고 약한 텐트지만 저한테는 벽돌집같이 진짜 든든한 집이었어요.(만족스러운 웃음)
혼자 전국 일주를 하면서 외롭지는 않았나요? 여행 초반에는 조금 외롭긴 했어요.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온 길이 얼마 안 되니까 방향 돌려서 조금만 가도 집에 갈 수 있으니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오토바이에 ‘전국 일주’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여행을 시작했거든요. 여행을 하면서 지나가다가 저를 본 사람들이 그 종이를 보고 관심을 갖고, 말도 걸어주시기도 하고, 응원도 해주시니까 힘도 나고 외롭지도 않더라고요. 식당 아주머니께서 주차비를 안 받으시기도 하고, 세워져 있는 제 오토바이 사진을 찍어 가시기도 하고, 주변 지나가시는 분들이 정말 하루에 대여섯 번씩 말을 걸어주시고 많게는 15번 정도까지도 말 걸어주시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응원들을 받는 게 정말 즐겁고 관심을 가져주니까 외롭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구요.
여행하면서 겪은 많은 순간들 중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특정한 순간이 있나요? 여행 첫날에 진짜 죽을 뻔한 거요.. 정말 그때 너무 추워서 이성을 잃었어요. 정말 그렇게 추울 줄 몰랐어요. 그때 설악산 미시령 고개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고개를 넘기 전 설악이 다가오는 순간부터 고난의 시작이었어요.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군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그 정도 추위였어요. 맨손으로 혹한기에 유격체조할 때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었어요.. 시속 130km로 달리는데 너무 추워서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거예요. 잠깐 오토바이를 멈춰 세워서 배기구에 손을 갖다 댔어요. 배기구에 ‘굉장히 뜨거우니 주의하시오’라는 문구가 붙어있을 정도로 뜨거운데 추위를 견딜 수가 없어서 손을 댄 거예요. 근데 순간 타는 냄새를 맡고 이성을 차린 거죠. 네 맞아요. 장갑이 탄 거였어요. 다행히 손에 화상은 입지 않았지만 하나뿐인 장갑에 구멍이 뚫려서 강추위에 설상가상의 상황이 된 거죠. 진짜 모든 여행 일정을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일단 보이는 데까지는 가야겠다 싶어서 10분 정도를 달리니까 백운계곡 주차장이 보이더라고요. 배는 고프 지도 않았는데 그냥 눈앞에 보이는 김밥집으로 들어가서 라면부터 달라고 했어요. 아마 오후 2, 3시쯤 됐던 거 같아요. 라면이 나오고 라면을 먹지도 않고 손을 대고 있었어요. 근데 거기 아주머니가 되게 불쌍해 보였나 봐요. 그래서 아주머니랑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게 비닐장갑을 끼는 거였어요. 아주머니가 비닐을 사이에 끼면 찬 바람이 스미지 않을 거라고 하시면서 네, 다섯 장을 빌려주셨는데 그렇게 끼니까 그래도 따듯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날은 정말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말하는 것만 전해 들어도 정말 추웠을 거 같아요.. 그런데 성민서 씨는 왜 국내여행을 주로 다니시는 건가요? 그러니까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여행을 국내여행보다 선호하곤 하잖아요? 저는 국내여행을 정말 강력하게 추천해요. 예전에 누가 우리나라는 뭔가 다 거기서 거기 같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진짜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도 둘러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은데 시간이 많이 없어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우리나라에도 해외 못지않게 좋은 곳도 너무 많고 볼 데가 정말 많아요. 뭔가 외국은 지금이어야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국내는 언제든지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지금 대학생들도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 바다도 장소마다 파도 높이, 물의 색깔, 장소의 느낌과 분위기가 천차만별이거든요. 5분씩 옮겨갈 때마다 색다른 바다들이 계속 나타났어요. 우리나라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보면 너무나 좋은 여행지가 정말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국내여행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곳 중 이곳은 정말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을 꼽아주시겠어요! 두 곳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간절곶이랑 벌천포 해수욕장이요. 그냥 너무 예뻤던 곳이 간절곶이었어요. 간절곶은 실제로 영화 촬영지로도 되게 유명한 곳인데, 되게 큰 풍차도 있고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마을도 있어요. 넓은 잔디밭에. 풍차, 석상, 건물, 바다 뷰 하나하나 빠질 것 없이 예쁜 풍경화 같은 곳이에요. 그리고 벌천포 해수욕장은 정말 환상적인 자연을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인 거 같아요. 정말 벌천포에서는 텐트에 누워서 자는 걸 추천해요. 파도소리가 정말 기분 좋게 들리고, 야경도 되게 예쁘고요. 온돌 해변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벌천포는 지금도 사진만 봐도 너무 좋은 곳이에요.
이 기사를 위해 성민서 씨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주한 그의 표정과 눈빛, 자신의 여행 일화를 들려주며 자연스레 나오는 손짓들,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올라가는 입꼬리에서 참 많은 것이 느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하며 느끼는 바람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기분, 각기 다른 바다의 높이를 눈대중으로 재며 수평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 벌천포 자갈 해변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고요한 적막 속에서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들을 감상하는 모습.. 이런 것이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자아내는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국내 여행의 특유한 매력과 분위기를 즐기며 여행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많은 국민*인들도 해외여행도 해외여행이지만 국내 여행의 묘미를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성민서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alstj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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