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남윤철 강의실, 숭고한 정신을 품다
- 15.04.09 / 이진경
지난해 4월, 제주도를 향해 가던 여객선이 침몰한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커다란 쇳덩이가 수많은 생명을 깊은 바닷속으로 떨어뜨린 이 무참한 사건에 국민들은 경악했고 나라는 오랜 기간 비통함에 잠겨야 했다. 특히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참담한 소식은 남은 자들에게 더욱 아린 상처로 남았다. 그러한 슬픔 속에서 피어오르던 세월호 영웅들의 이야기는 아픈 시대를 어루만져주었다. 자신보다 아이를 먼저 구명보트에 올리던 고등학생,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내주던 또 한 명의 친구, 끝까지 배에 남아 승객들을 구조한 승무원까지. 그 고결한 영웅담들 사이에 故 남윤철 동문(영어영문학과 98학번, 교육대학원 05학번, 단원고 교사)이 있다.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던 시간, 자신을 구출할 수 있던 순간에 그는 본인의 삶과 안위는 젖혀둔 채 제자들을 대피시켰고, 끝끝내 어린 숨들과 함께했다.
지난 8일 국민대학교에서는 이런 남윤철 동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려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전공 수업을 들었던 북악관 708호실을 '남윤철 강의실'로 지정,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강의실 앞 복도에서 명명식을 했다. 명명식은 묵념, 추도사, 기념사, 현판 제막식 등의 순으로 이어졌고 유지수 총장, 부총장을 비롯한 학교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남윤철 동문의 부모님과 가족이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추억했다. 고요히 침전하는 속에 창문 틈새로 스며든 햇살이 강의실을 찬찬히 어루만져주었다.
다음은 남윤철 동문을 가르쳤던 윤종열 영어영문학부 교수의 추도사 중 일부이다.
"남선생은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그냥 남선생님이 아니라 '우리 남선생님'이었어요. 2011년 6월 대부도에서 우리 만났던 것 기억나죠? 그때 대부도에 근무했었지요. 대학 은사라고 나를 끔찍이 보살펴주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함께 점심 먹던 식당 사장은 우리가 식사하는 내내 “우리 남선생님”이란 말을 입에 달고 있으셨지요. “이제 우리 남선생님 대부에서 몇 년 근무하셨으니까 곧 다른 곳으로 전근 가시게 되죠?” “우리 남선생님 가시면 진짜 안 되는데. 우리 아이들한테 정말 큰 일인데”라고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기 싫은 피붙이에게 말하듯 사랑을 담아 말하곤 했었지요. 남선생을 단순히 내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같은 선생으로서 내가 질투가 날 정도였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나는 남선생이 얼마나 훌륭한 선생님이었나를 알 수 있었어요. 아마 단원고로 전근을 가서도 남선생은 모든 사람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베푸는, 열정이 살아있는, 책임감이 있는, '우리 남선생님'이었을 거예요. 그래요, 남윤철 선생님은 영원한 '우리 남선생님'입니다. 그래서 나는 스승으로서 남선생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추도사를 들으며 눈물짓던 남윤철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씨는 "교사에게 학생들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하죠.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저희 아들 역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건데 이렇게 모교가 아들을 기억해주어서 감사해요. 20대, 대학생 시절의 아들은 늘 자신감 있고 다정한 아이였어요. 저를 데리고 학교에 와서 이 교실 저 교실 구경시켜 주며 꿈을 이야기할 정도로요. 아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후배들도 지금의 시기를 보람차게 보내주길 바라요. 그게 아들의 바람이기도 할 거예요."라고 국민*인들에게 전했다. 아들이 앉아 공부했을 의자와 책상을 쓸어내리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야위었으나 강하게 버틴, 남윤철 동문의 곧고 따뜻한 심성을 키워낸 손이었다.
명명식은 지난 학기 남윤철 동문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신설된 '남윤철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남윤철 동문의 영어영문학부 후배이자 수혜자 대표로 장학증서를 받은 김정윤 학생은 "선배님이 그러하셨듯이 항상 제자들을 아끼고, 책임을 다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김정윤 학생의 뒤로 “불의의 선박 사고 속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교사로서의 사명과 제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故 남윤철 선생님(2005년/영어영문학과 졸업)의 고귀한 뜻을 여기에 새겨 기리고자 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현판이 연거푸 아롱거렸다.
* 남윤철 장학금 : 남윤철 장학금은 2015학년도 1학기부터 시행되며, 대상자는 봉사 정신이 투철하고 생계가 곤란하지만 적극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는 교직과정을 이수 중인 학부 재학생이다.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봄이다. 미처 다 영글지 못한 벚꽃들이 하늘에 물결친다. 여리고 작은 꽃잎들이 흔들리면 이를 놓칠세라 든든한 줄기가 부여잡는다. 조막만 한 잎들은 마음껏 몸짓하고 가지는 담담히 웃는다. 마치 어린 제자들과 제자들을 보듬는 선생님처럼. 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오겠지만 그때마다 가지는 꽃들의 버팀목이 되어줄 터이다. 어느 봄, 물끄러미 올려다본 가지엔 언제까지나 꽃이 피어있을 것이고 우리는 2014년의 봄을 기억할 것이다.
남윤철 강의실, 숭고한 정신을 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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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민대학교에서는 이런 남윤철 동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려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전공 수업을 들었던 북악관 708호실을 '남윤철 강의실'로 지정,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강의실 앞 복도에서 명명식을 했다. 명명식은 묵념, 추도사, 기념사, 현판 제막식 등의 순으로 이어졌고 유지수 총장, 부총장을 비롯한 학교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남윤철 동문의 부모님과 가족이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추억했다. 고요히 침전하는 속에 창문 틈새로 스며든 햇살이 강의실을 찬찬히 어루만져주었다.
다음은 남윤철 동문을 가르쳤던 윤종열 영어영문학부 교수의 추도사 중 일부이다.
추도사를 들으며 눈물짓던 남윤철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씨는 "교사에게 학생들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하죠.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저희 아들 역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건데 이렇게 모교가 아들을 기억해주어서 감사해요. 20대, 대학생 시절의 아들은 늘 자신감 있고 다정한 아이였어요. 저를 데리고 학교에 와서 이 교실 저 교실 구경시켜 주며 꿈을 이야기할 정도로요. 아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후배들도 지금의 시기를 보람차게 보내주길 바라요. 그게 아들의 바람이기도 할 거예요."라고 국민*인들에게 전했다. 아들이 앉아 공부했을 의자와 책상을 쓸어내리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야위었으나 강하게 버틴, 남윤철 동문의 곧고 따뜻한 심성을 키워낸 손이었다.
명명식은 지난 학기 남윤철 동문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신설된 '남윤철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남윤철 동문의 영어영문학부 후배이자 수혜자 대표로 장학증서를 받은 김정윤 학생은 "선배님이 그러하셨듯이 항상 제자들을 아끼고, 책임을 다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김정윤 학생의 뒤로 “불의의 선박 사고 속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교사로서의 사명과 제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故 남윤철 선생님(2005년/영어영문학과 졸업)의 고귀한 뜻을 여기에 새겨 기리고자 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현판이 연거푸 아롱거렸다. * 남윤철 장학금 : 남윤철 장학금은 2015학년도 1학기부터 시행되며, 대상자는 봉사 정신이 투철하고 생계가 곤란하지만 적극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는 교직과정을 이수 중인 학부 재학생이다.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봄이다. 미처 다 영글지 못한 벚꽃들이 하늘에 물결친다. 여리고 작은 꽃잎들이 흔들리면 이를 놓칠세라 든든한 줄기가 부여잡는다. 조막만 한 잎들은 마음껏 몸짓하고 가지는 담담히 웃는다. 마치 어린 제자들과 제자들을 보듬는 선생님처럼. 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오겠지만 그때마다 가지는 꽃들의 버팀목이 되어줄 터이다. 어느 봄, 물끄러미 올려다본 가지엔 언제까지나 꽃이 피어있을 것이고 우리는 2014년의 봄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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