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때론 보상이 성적엔 장애물… ‘0달러’ 유럽팀이 ‘50만달러’ 미국팀 눌러[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26.01.13 / 김은지
최우열 네버업 네버인.jpg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프로골퍼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럽 13년 만에 라이더컵 차지
명예 건 스포츠 심리 전략 통해
최고선수 영입 사우디 LIV골프
천문학적인 이적료 지급했지만
미켈슨 등 메이저 컷오프 잇따라
흥미 죽이는 보상의 덫 피하려면
프로들도 진정한 즐거움 찾아야
지난해 열린 유럽과 미국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에서 유럽이 미국에 승리하며 미국의 홈 10년 무패 신화가 무너졌다. 유럽은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총점 15-13으로 2점 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럽이 미국에서 라이더컵을 차지한 건 지난 2012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유럽의 승리에는 무엇보다 선수 선발과 대진 전략 면에서 각종 경기 통계와 심리적 조합까지 고려한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대회 준비가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더해 스포츠심리학 관점에서 대회 참가에 따른 보상을 두고 벌어진 두 팀 간의 신경전도 못지않게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한쪽은 돈을 받고, 한쪽은 돈을 받지 않았다. 원래 라이더컵은 상금 없이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놓고 벌인 경기였다. 하지만 대회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자, 일부 미국 선수 가운데 보상을 원하는 이들이 있었다. 2023년 로마 대회의 패트릭 캔틀레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상금을 주지 않는 대회 주최 측에 불만의 표시로 모자를 쓰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 논란이 됐다.
이번 대회에 앞서 미국프로골프협회는 미국팀 선수 전원에게 50만 달러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유럽팀 선수들은 단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기로 했다.
국가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고 참가하는 선수에게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는 일부의 지지도 있었지만,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스타 선수들이 대회의 전통과 순수성을 해친다는 비판적 여론이 더 컸다.
흔히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고 한다. 프로가 돈을 밝히는 것이 뭐가 대수냐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과 스포츠의 관계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골프에서 돈과 관련해 가장 떠들썩했던 사건은 바로 지난 2021년 LIV 골프의 출범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투자해 만든 LIV 골프는 대회당 상금이 엄청난 데다 예선 탈락(컷오프)마저 없어 꼴찌를 해도 1억 원이 넘는 상금을 받는다.
여기에 3억 달러의 욘 람(스페인)을 비롯해 필 미켈슨 2억 달러, 브룩스 켑카 1억3000만 달러, 더스틴 존슨·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1억2500만 달러, 캐머런 스미스(호주) 1억 달러 등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빼가기 위해 천문학적인 이적료까지 지급했다.
그럼 이처럼 엄청난 돈을 받고 LIV 골프로 옮긴 골퍼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한때 투어 정상급이었던 이들의 성적은 대부분 곤두박질쳤다. LIV 골프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지급되지 않아 이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참담하다.
2020년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존슨은 LIV 골프 합류 이후 참가한 16번의 메이저대회에서 7차례나 예선 탈락(컷오프)하고 톱10은 단 3차례에 그쳤다.
2021년 PGA 챔피언십에서 만 50세로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세웠던 미켈슨 역시 14번 출전해 9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2022년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우승 직후 LIV 골프로 이적한 스미스도 이후 9번의 메이저대회에서 5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이처럼 많은 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더컵 미국팀과 LIV 골프 골퍼들이 부진했던 원인은 뭘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스스로 좋아서 하던 일이나 활동에 돈과 같은 외재적 보상이 주어지게 되면 오히려 흥미나 성과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과잉정당화 효과라고 한다. 돈이 재미나 성취감 같은 내재적 동기를 죽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람차고 신나서 했던 일인데 갑자기 돈을 받게 되니 순간 따분하고 지겨운 노동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프로가 돈으로 말한다지만 골프를 하는 이유가 오로지 돈뿐이라면 잘해내는 것도, 오래 버티는 것도 힘들다. 자신이 하는 일에 진정한 즐거움이나 행복, 그리고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말이다.
국민대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 때론 보상이 성적엔 장애물… ‘0달러’ 유럽팀이 ‘50만달러’ 미국팀 눌러[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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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프로골퍼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럽 13년 만에 라이더컵 차지
최고선수 영입 사우디 LIV골프
흥미 죽이는 보상의 덫 피하려면
지난해 열린 유럽과 미국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에서 유럽이 미국에 승리하며 미국의 홈 10년 무패 신화가 무너졌다. 유럽은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총점 15-13으로 2점 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럽이 미국에서 라이더컵을 차지한 건 지난 2012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유럽의 승리에는 무엇보다 선수 선발과 대진 전략 면에서 각종 경기 통계와 심리적 조합까지 고려한 과학적이고 조직적인 대회 준비가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더해 스포츠심리학 관점에서 대회 참가에 따른 보상을 두고 벌어진 두 팀 간의 신경전도 못지않게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한쪽은 돈을 받고, 한쪽은 돈을 받지 않았다. 원래 라이더컵은 상금 없이 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놓고 벌인 경기였다. 하지만 대회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자, 일부 미국 선수 가운데 보상을 원하는 이들이 있었다. 2023년 로마 대회의 패트릭 캔틀레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상금을 주지 않는 대회 주최 측에 불만의 표시로 모자를 쓰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 논란이 됐다.
이번 대회에 앞서 미국프로골프협회는 미국팀 선수 전원에게 50만 달러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유럽팀 선수들은 단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기로 했다.
국가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고 참가하는 선수에게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는 일부의 지지도 있었지만,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스타 선수들이 대회의 전통과 순수성을 해친다는 비판적 여론이 더 컸다.
골프에서 돈과 관련해 가장 떠들썩했던 사건은 바로 지난 2021년 LIV 골프의 출범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투자해 만든 LIV 골프는 대회당 상금이 엄청난 데다 예선 탈락(컷오프)마저 없어 꼴찌를 해도 1억 원이 넘는 상금을 받는다.
여기에 3억 달러의 욘 람(스페인)을 비롯해 필 미켈슨 2억 달러, 브룩스 켑카 1억3000만 달러, 더스틴 존슨·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1억2500만 달러, 캐머런 스미스(호주) 1억 달러 등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빼가기 위해 천문학적인 이적료까지 지급했다.
그럼 이처럼 엄청난 돈을 받고 LIV 골프로 옮긴 골퍼들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한때 투어 정상급이었던 이들의 성적은 대부분 곤두박질쳤다. LIV 골프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지급되지 않아 이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참담하다.
2020년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존슨은 LIV 골프 합류 이후 참가한 16번의 메이저대회에서 7차례나 예선 탈락(컷오프)하고 톱10은 단 3차례에 그쳤다.
2021년 PGA 챔피언십에서 만 50세로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세웠던 미켈슨 역시 14번 출전해 9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2022년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우승 직후 LIV 골프로 이적한 스미스도 이후 9번의 메이저대회에서 5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이처럼 많은 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더컵 미국팀과 LIV 골프 골퍼들이 부진했던 원인은 뭘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스스로 좋아서 하던 일이나 활동에 돈과 같은 외재적 보상이 주어지게 되면 오히려 흥미나 성과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과잉정당화 효과라고 한다. 돈이 재미나 성취감 같은 내재적 동기를 죽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람차고 신나서 했던 일인데 갑자기 돈을 받게 되니 순간 따분하고 지겨운 노동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프로가 돈으로 말한다지만 골프를 하는 이유가 오로지 돈뿐이라면 잘해내는 것도, 오래 버티는 것도 힘들다. 자신이 하는 일에 진정한 즐거움이나 행복, 그리고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말이다.
국민대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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