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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과의 만남] 윤태범 참여연대 관료감시센터장 / (행정83) 동문
- 07.03.06 / 조영문
윤태범 참여연대 관료감시센터장은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선임되면 과도한 임금지급과 방만한 경영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우철훈기자금융기관과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기 위한 공모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모제가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CEO를 뽑기 위해 도입된 공모제가 오히려 힘있는 정부부처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을 돕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우리은행·기업은행·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기관과 금융공기업에서 임기만료로 교체되는 CEO가 많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가열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주택금융공사와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에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의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내정된 데 이어 우리금융 회장 자리도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년 넘게 공직사회 부패방지운동을 펼쳐온 윤태범 참여연대 관료감시센터장(43·방송통신대 교수)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말기에는 정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의 경영진으로 선임돼 왔다”며 “현재 민간기업에만 적용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의 공무원 재취업 규정을 공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관료출신 인사가 금융기관이나 공기업의 CEO로 선임되면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고, 경영을 방만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기업 CEO를 선임하는 절차는 민간기업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료출신 인사가 공기업 경영진으로 선임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참여정부 말기에 접어들면서 낙하산 인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특정 인사를 낙하산 인사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군 장성 출신이나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경영진으로 대거 선임된 것에 비하면 최근에는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수십년째 이어져온 우리 사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참여연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 10월까지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건설교통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관련 정부부처에서 일하다 재취업한 관료 243명 가운데 상당수가 금융기관에 ‘둥지’를 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업무를 하다 퇴직한 뒤에는 금융기관 임원이 된 것이지요. 이럴 경우 이해충돌의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공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경제부처 퇴직관료들이 차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금융 공기업 임원으로는 재경부·금감위 등 경제부처 관료출신 인사들이 많이 갑니다. 민간 금융기관 출신 인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지요. 금융 공기업들이 경제부처 관료출신들을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것은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금융감독당국의 통제와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 어떤 폐해가 나타나는지요.
“공직자들은 투명성과 공정성, 감독의 엄정성 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낙하산 인사들은 이같은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재경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현직에 있으면서 퇴직한 뒤 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원과 기획예산처에서 공기업에 대한 감사를 할 때마다 늘 지적하는 것이 ‘방만 경영’입니다. 낙하산 인사들은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는 등 경영을 방만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퇴직한 뒤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공직자들은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부터 국가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챙길 우려가 큽니다.”
-일부에서는 공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공모제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공모제는 내부 인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능력있는 인사들을 CEO로 선임해 조직의 혁신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만약 공모제를 시행하지 않고 내부인사들만을 대상으로 CEO를 뽑는다면 조직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운용상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공모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문적인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CEO를 찾으려면 공모제가 효율적입니다.”
-개별 공기업의 특성에 맞는 CEO를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업무 성격이 다른 공기업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습니다. 공모제 취지를 잘 살린다면 공기업의 성격에 맞는 인사를 CEO로 영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예컨대 석탄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경영 효율성보다 공공성을 중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CEO를 뽑아야 합니다. 또 이미 공공성을 확보했다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진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된 공기업이라면 조직혁신을 단행할 개혁성 강한 인사를 CEO로 선임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최근 들어 정부는 공기업 경영진으로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련 법규를 보완하고 있는데요.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고쳐 낙하산 인사를 줄이려고 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과거에는 정부 부처가 공기업의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인사권에까지 개입했습니다. 최근 기획예산처는 공기업의 경영진 선임은 물론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독립적인 이사회에서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제도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헛일이 되고 맙니다. 예컨대 기획예산처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민간인이 절반 넘게 참여토록 했지만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사원측 대표를 위원회에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한 것도 운영과정에서 왜곡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공기업 CEO 선임과 관련해 외국과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미국은 정부윤리법을 통해 공직자가 퇴직한 이후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무 연관성이 큰 직장은 물론 단체에서도 근무할 수 없고,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도 없도록 한 것이지요. 1978년 정부윤리법에 이해충돌 조항을 넣었지만 이에 앞서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부터 공무원의 이해충돌 및 뇌물방지를 관습법으로 운용해 왔습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고요. 북유럽의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 청렴도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드는 ‘클린 국가’들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들 나라에 공무원 윤리강령은 있지만 구체적인 부패방지 관련 제도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의 민주화 발전과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권한이 집중됐지요. 이에 따라 기업과 시민사회는 정부권력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고, 정부 권력은 점점 커지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 낙하산 인사와 같은 폐단이 관행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공기업 CEO 선임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부패방지를 위해 권고하는 내용 중에는 윤리를 강조하는 ‘하이 로드(high road)’와 법에 따라 적발하고 처벌하는 ‘로 로드(low road)’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면서 이해충돌을 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을 처음으로 삽입했습니다. 그러나 ‘하이 로드’ 방식의 선언적 규정이어서 법에 어긋나더라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일부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는 힘있는 정부부처의 관료출신 인사를 CEO로 선임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공적인 역할을 필요로 하는 민간기업이 많은 탓이지요. 그런 기업들은 이해충돌이 발생했을 때 자신들의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CEO를 활용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민간기업들은 CEO를 방패막이 또는 로비스트로 활용해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윤리경영에 매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공직사회의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직사회의 인사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나간다면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행정고시 기수와 나이, 서열 등에 따라 공무원을 승진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적과 성과에 따른 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관료들이 승진에서 밀렸다고 공직사회를 떠난 뒤 낙하산을 타고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고려하기보다는 정년까지 자신이 맡은 직무의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게 될 것입니다.”
〈안호기기자 haho0@kyunghyang.com〉
◇ 윤태범은 누구
윤태범 방송통신대(행정학) 교수는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이었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시절부터 공직사회 부패와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재 청와대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자문회의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996년 참여연대의 ‘맑은 사회 만들기본부’를 통해 부정부패 추방운동에 발을 들여놓았고, 지난해부터는 정부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낙하산 인사의 실태를 파헤치는 관료감시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국민방독면 사업으로 정부 예산 136억원을 낭비한 공무원 28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 관료 조직의 예산낭비와 정책 실패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2005년에는 고위 공직자가 보유한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토록 하는 ‘백지신탁제’ 시행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출처 : 경향신문 2007년 03월 05일 18:01:29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3051801291&code=210000
[경향과의 만남] 윤태범 참여연대 관료감시센터장 / (행정83)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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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범 참여연대 관료감시센터장은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선임되면 과도한 임금지급과 방만한 경영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우철훈기자금융기관과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기 위한 공모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모제가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CEO를 뽑기 위해 도입된 공모제가 오히려 힘있는 정부부처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을 돕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우리은행·기업은행·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기관과 금융공기업에서 임기만료로 교체되는 CEO가 많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가열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주택금융공사와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에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의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내정된 데 이어 우리금융 회장 자리도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년 넘게 공직사회 부패방지운동을 펼쳐온 윤태범 참여연대 관료감시센터장(43·방송통신대 교수)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권 말기에는 정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의 경영진으로 선임돼 왔다”며 “현재 민간기업에만 적용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의 공무원 재취업 규정을 공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관료출신 인사가 금융기관이나 공기업의 CEO로 선임되면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고, 경영을 방만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기업 CEO를 선임하는 절차는 민간기업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료출신 인사가 공기업 경영진으로 선임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참여정부 말기에 접어들면서 낙하산 인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특정 인사를 낙하산 인사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군 장성 출신이나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경영진으로 대거 선임된 것에 비하면 최근에는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수십년째 이어져온 우리 사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참여연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 10월까지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건설교통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관련 정부부처에서 일하다 재취업한 관료 243명 가운데 상당수가 금융기관에 ‘둥지’를 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업무를 하다 퇴직한 뒤에는 금융기관 임원이 된 것이지요. 이럴 경우 이해충돌의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공기업의 최고경영자와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경제부처 퇴직관료들이 차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금융 공기업 임원으로는 재경부·금감위 등 경제부처 관료출신 인사들이 많이 갑니다. 민간 금융기관 출신 인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지요. 금융 공기업들이 경제부처 관료출신들을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것은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금융감독당국의 통제와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 어떤 폐해가 나타나는지요. “공직자들은 투명성과 공정성, 감독의 엄정성 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낙하산 인사들은 이같은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재경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현직에 있으면서 퇴직한 뒤 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원과 기획예산처에서 공기업에 대한 감사를 할 때마다 늘 지적하는 것이 ‘방만 경영’입니다. 낙하산 인사들은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과도한 임금을 지급하는 등 경영을 방만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퇴직한 뒤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공직자들은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부터 국가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챙길 우려가 큽니다.” -일부에서는 공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공모제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공모제는 내부 인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능력있는 인사들을 CEO로 선임해 조직의 혁신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만약 공모제를 시행하지 않고 내부인사들만을 대상으로 CEO를 뽑는다면 조직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운용상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공모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문적인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CEO를 찾으려면 공모제가 효율적입니다.” -개별 공기업의 특성에 맞는 CEO를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업무 성격이 다른 공기업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습니다. 공모제 취지를 잘 살린다면 공기업의 성격에 맞는 인사를 CEO로 영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예컨대 석탄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경영 효율성보다 공공성을 중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CEO를 뽑아야 합니다. 또 이미 공공성을 확보했다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진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된 공기업이라면 조직혁신을 단행할 개혁성 강한 인사를 CEO로 선임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최근 들어 정부는 공기업 경영진으로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련 법규를 보완하고 있는데요.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고쳐 낙하산 인사를 줄이려고 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과거에는 정부 부처가 공기업의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인사권에까지 개입했습니다. 최근 기획예산처는 공기업의 경영진 선임은 물론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독립적인 이사회에서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제도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헛일이 되고 맙니다. 예컨대 기획예산처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민간인이 절반 넘게 참여토록 했지만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사원측 대표를 위원회에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한 것도 운영과정에서 왜곡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공기업 CEO 선임과 관련해 외국과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미국은 정부윤리법을 통해 공직자가 퇴직한 이후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무 연관성이 큰 직장은 물론 단체에서도 근무할 수 없고, 로비스트로 활동할 수도 없도록 한 것이지요. 1978년 정부윤리법에 이해충돌 조항을 넣었지만 이에 앞서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부터 공무원의 이해충돌 및 뇌물방지를 관습법으로 운용해 왔습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고요. 북유럽의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 청렴도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드는 ‘클린 국가’들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들 나라에 공무원 윤리강령은 있지만 구체적인 부패방지 관련 제도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의 민주화 발전과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권한이 집중됐지요. 이에 따라 기업과 시민사회는 정부권력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고, 정부 권력은 점점 커지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 낙하산 인사와 같은 폐단이 관행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공기업 CEO 선임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부패방지를 위해 권고하는 내용 중에는 윤리를 강조하는 ‘하이 로드(high road)’와 법에 따라 적발하고 처벌하는 ‘로 로드(low road)’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면서 이해충돌을 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을 처음으로 삽입했습니다. 그러나 ‘하이 로드’ 방식의 선언적 규정이어서 법에 어긋나더라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일부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는 힘있는 정부부처의 관료출신 인사를 CEO로 선임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공적인 역할을 필요로 하는 민간기업이 많은 탓이지요. 그런 기업들은 이해충돌이 발생했을 때 자신들의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CEO를 활용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민간기업들은 CEO를 방패막이 또는 로비스트로 활용해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윤리경영에 매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공직사회의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직사회의 인사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나간다면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행정고시 기수와 나이, 서열 등에 따라 공무원을 승진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적과 성과에 따른 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관료들이 승진에서 밀렸다고 공직사회를 떠난 뒤 낙하산을 타고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고려하기보다는 정년까지 자신이 맡은 직무의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게 될 것입니다.” 〈안호기기자 haho0@kyunghyang.com〉 ◇ 윤태범은 누구 윤태범 방송통신대(행정학) 교수는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이었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시절부터 공직사회 부패와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재 청와대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자문회의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996년 참여연대의 ‘맑은 사회 만들기본부’를 통해 부정부패 추방운동에 발을 들여놓았고, 지난해부터는 정부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낙하산 인사의 실태를 파헤치는 관료감시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국민방독면 사업으로 정부 예산 136억원을 낭비한 공무원 28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 관료 조직의 예산낭비와 정책 실패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2005년에는 고위 공직자가 보유한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토록 하는 ‘백지신탁제’ 시행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3051801291&code=21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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